VR 기술로 실전 뺨치는 세관업무 교육… 30개국 수출성과까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화일보 기자가 지난 13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관세인재개발원 내 세관현장 체험학습관 1층에 있는 관세행정 가상현실(VR) 체험센터에서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 및 장비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관세청, VR 학습콘텐츠 세계 첫 개발

메타버스서 ‘WCO 본부’ 구현
미션 수행하듯 컨테이너 체크
통관과정서 제출된 서류 검토
위조명품 찾고 마약적발까지
쉬운 조작법에 세관당국 ‘이목’


관세청이 세계관세기구(WCO)와 합작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관세행정 가상현실(VR) 체험센터’와 이곳에서 즐기는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가 전 세계 세관 당국들의 이목을 끌며 해외 각국과 주요 기관에 수출되고 있다.

관세청이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관세인재개발원 내 세관현장 체험학습관 1층에 마련한 관세행정 VR 체험센터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세관 직원들의 전문성을 배양하는 비대면 학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탄생했다. 관세청은 마약·총포, 선박 밀수품 적발 등 실제 세관에서 행해지는 관세행정업무에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VR 체험센터를 지난해 9월 개관한 이후 국내외 세관 직원들의 관세행정 체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VR를 통해 구현되는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는 메타버스에서 생동감 있는 영상을 토대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을 추구한 고품질의 콘텐츠로, 게임과 각종 스마트기기에 친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등 국내외 젊은 세관 직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VR 체험 내 교육프로그램은 항구에서 컨테이너 내 물품을 꺼내 확인하는 등 수입물품을 검사하는 과정을 세관 직원들이 ‘미션’을 수행하며 재미와 교육 효과라는 2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받는다. 덕분에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와 관련 장비들은 21일부터 해외 32개 기관(30개국) 관세 당국에 전격 수출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세인재개발원 관계자가 수출입품목에 부여되는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코드)를 제한시간 내에 입력하는 교육용 게임프로그램을 시연하는 모습. 박윤슬 기자

문화일보가 지난 13일 관세인재개발원 내 세관현장 체험학습관을 찾아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를 직접 체험해보니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됐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관세인재개발원 관계자들의 기초 설명을 들은 뒤 트래킹 센서와 듀얼 카메라가 설치된 헤드셋을 착용했고, 한 손에 컨트롤러를 쥐자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가 시작됐다. 이후 몸을 360도로 회전하며 메타버스 내 곳곳을 둘러보면서 컨트롤러에 달린 전후방 트랙패드와 트리거를 통해 이동하며 미션을 마쳤다.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는 총 8단계로 이뤄져 있다. 먼저 사용자가 장비 착용과 세팅을 마치면 메타버스 사이버본부에 접속하게 된다. 메타버스 사이버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WCO 본부를 그대로 재현했다. 사용자가 사이버 본부에 접속하면 논플레이어캐릭터(NPC)인 ‘미스터-C’의 사전 안내와 전반적인 ‘가이드’를 받아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기에 세관 업무에 문외한이라도 VR 기기들을 손쉽게 작동할 수 있다.

사이버 본부에 접속하면 실제 관세·통관 업무로 구성됐으며 컨테이너 물품 검색 확인 과정까지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이 어우러진 3가지 ‘버전’으로 구성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3가지 버전에는 마약적발·위조명품 및 위조품 제작용 부품 적발·총기류 등 무기 및 폭발물 적발이 있다. 버전 선택 후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WCO 로고를 본 따 만든 보조 NPC인 ‘오스카’에 설명을 듣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원하는 버전을 선택해 수입통관 과정에서 제출된 서류들을 검토하고, 3D로 구현된 컨테이너 하역장에서 차량형 엑스레이(X-ray) 검색기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마약적발 버전의 경우 가상의 마약 탐지견이 등장해 사용자가 불법 물품을 탐지하는 활동을 돕는다. 3가지 버전 모두 WCO에서 제시한 위험물 선별 관리기법에 따라 여러 사례를 가상현실에서 구현했으며 버전 1개당 클리어 시간은 10∼15분 정도 소요된다.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는 국내외 세관 직원들의 큰 호응을 크게 얻고 있다. 관세인재개발원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와 관련 기기를 직접 들고 서울·부산본부세관을 찾아가 세관 직원들이 체험하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관세인재개발원이 지난해 11월 국내외 세관 직원들을 비롯해 VR 학습콘텐츠를 체험한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몰입도가 높았다’는 문항에 82명(약 68%)이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또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80명(67%)이 3가지 버전 외 추가 버전을 요구했다. 김석원 관세인재개발원 인재개발과 국제교육팀장은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에 이어 항공화물검사 VR를 제작, 해외 직구 등 전자상거래물품을 엑스레이를 통해 마약·총기류 등 위해 물품과 과세대상 품목을 살펴보는 교육프로그램을 내년 안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는 세관 공무원 후보생들도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내년 1월 해양수산직 임용을 앞둔 강혜민(여·29) 씨는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 동기들이 앞다퉈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를 즐겼다”며 “그동안 수업으로 들었던 이론과 강의를 VR를 통해 직접 겪어보니 관세행정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짧은 시간에 체득할 수 있어 무척 즐겁고 유익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등 35개국 관세직원 방한해 체험… 韓 관세외교 확장 ‘디딤돌’

■ 해외서도 호평 ‘VR콘텐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세청이 20일 홍콩 커스텀즈칼리지(관세연수원)에서 개최한 가상현실(VR) 시연회에서 민희 관세청 국제관세협력국 국제협력총괄과장이 VR 콘텐츠를 시연하고 있다. 관세청 제공

관세청이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컨테이너 수입화물 검사 VR 학습콘텐츠 및 장비’를 해외 32개 기관(30개국) 관세 당국에 수출한다고 21일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VR 학습콘텐츠는 사용자가 가상공간에서 컨테이너 수입품에 숨겨진 ‘불법 물품’(마약·위조품·총기류)을 실제 현장에서 적발하는 것처럼 훈련하는 체험형 교육 자료다. 관세청은 세계관세기구(WCO)와 국내 정보기술(IT) 업체와 협력해 지난해 9월 콘텐츠를 개발했다. VR 학습콘텐츠는 유엔, WCO 사무국,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등에서 진행한 시연회에서 전 세계 세관 당국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또 필리핀과 보츠와나 등 35개국 해외 세관 직원들도 국내에서 콘텐츠를 체험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관세청은 WCO와 꾸준히 협의해오면서 수출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전 세계 세관 직원들의 국제 훈련 기관인 27개 WCO 지역훈련센터(RTC) 및 5개 지역능력배양사무소(ROCB)에 콘텐츠 수출을 하게 됐다. RTC는 WCO가 전문가 양성 능력배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지역별로 지정한 국제기구다. RTC는 전 세계 33개국에 있다. ROCB는 WCO가 지역별 회원국들의 능력배양 수요파악과 연간 훈련계획 수립 등을 위해 지정한 기구로 6개국에 있다.

관세청이 VR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교육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총수출 규모는 110만 유로(약 15억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향후 관련 업계의 수출판로 개척을 통한 해외진출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번에 수출되는 30개국은 RTC가 있는 지역 내 거점국가들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관세행정의 우수성과 기술력이 전 세계 관세 당국에 폭넓게 전파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에 우리나라 관세외교가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신기술을 접목한 관세행정 교육 콘텐츠를 추가로 개발해 나겠다는 방침이다. 민희 관세청 국제관세협력국 국제협력총괄과장은 “이번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관세 당국을 상대로 홍보 및 체험기회를 제공해 우리 시스템과 콘텐츠의 해외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