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신청 다 받아주는 법원… 일년내내 ‘집회 공화국’ 몸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와 촛불승리전환행동을 비롯한 진보단체의 집회가 열린 지난 10월 2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의 ‘집회금지통고’ 무용지물
법조계 “무제한 허용하면 안돼”

서울 도심이 주말마다 집회·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하더라도 법원이 시위 단체가 제기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경찰의 적극적인 조치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용산·광화문 일대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과격한 집회·시위로 인해 매 주말 불편을 겪는 다른 시민의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원이 시위 단체의 집회·결사 자유를 관대하게 인정하고 있어 행정당국의 ‘집회·시위 금지통고권’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대한민국이 ‘집회 공화국’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3일 법조계와 경찰 안팎에서는 “법원이 지난 1년 내내 ‘집회·시위 금지를 풀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그대로 받아줬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집회 단체들 사이에서는 ‘집회신고→금지통고→가처분 신청→집회 허용’이 하나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타인의 헌법상 권리와 자유를 상당한 정도로 반복적으로 침해하는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금지통고가 인정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가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인 것은 맞지만 무제한의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며 “최근의 집회·시위는 도가 지나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의 ‘집회·시위 금지통고권’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고 한탄하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나름 엄격한 기준에 따라 금지 통고를 하고 있지만, 법원의 처분으로 금지 통고가 무위로 돌아가는 일이 올 한 해 내내 발생했다”며 “사실상 금지통고권이 형해화됐다”고 말했다. 전날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관저 주변 100m 안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현행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송유근·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