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대통령 관저·집무실 코앞 무차별 시위 우려”

■ 헌재 집회금지 헌법불합치 파장

2024년 5월까지 법 개정해야
“거리제한 풀면 신변위협 우려도”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며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했다는 평가 속에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인근에서 각종 이권 단체들의 ‘떼법’ 집회와 시위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23일 커지고 있다.

전날 헌재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2호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법에는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재소장 공관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는데 예외 없이 집회 금지를 하는 것은 위헌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공공의 안녕을 해치는 경우를 빼면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 근처에서의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는데, 이와 비슷한 취지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변호사는 “집회 거리 제한을 풀게 된다면 대통령 등의 휴식 공간에서의 안정을 해치고 과격한 집회로부터 신변 위협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변호사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 피격 당시 개인이 습격한 것”이라며 “대규모가 아니라고 해서 위험 요소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법안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공적 기능을 해칠 염려가 없거나, 대규모 집회·시위로 확산하지 않는 한 집회를 허용하라는 판단”이라며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집회 제한 규정도 헌법불합치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번 법 조항은 2024년 5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는 ‘잠정 적용 헌법불합치’ 판단이다. 이에 현장에서 여러 혼란이 예상된다. 당장 경찰이 헌재 결정 취지를 수용해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를 일부 허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김규태·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