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3대에 잇달아 치여 숨져…운전자 모두 ‘무죄’, 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피해자 무단횡단하다 사고 당해
과실과 사망 인과관계 밝히지 못해
2심도 운전자 3명 모두 무죄 판단

무단횡단하던 20대 보행자를 잇달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3명이 항소심에서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청미)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치사 혐의로 기소된 B 씨와 C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2020년 7월 오전 1시쯤 강원도 원주시의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시속 81㎞의 속도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도로를 횡단하던 D 씨를 치어 넘어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한속도 시속 60㎞ 도로였다. 1차 사고 후 도로에 앉아있던 D 씨를 뒤늦게 발견해 치어 숨지게 한 B 씨(2차 사고)와 C 씨(3차 사고)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었으므로 피고인들이 속도를 더 낮추고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 씨가 과속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교통사고를 예견 또는 회피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B 씨와 C 씨의 혐의와 관련해선 일반적으로 도로에 사람이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설령 2차·3차 교통사고에 관한 과실이 존재하더라도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항소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기록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더라도 피고인들의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윤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