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계 써라” 학교공사 방해… 아이들 등교까지 막은 노조 횡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부산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신축 공사현장. 노조파업 등으로 준공 시점이 연기됐다.

■ 부산 초등학교 개교 지연

건설노조 집회에 9번 공사중단
레미콘·화물연대 파업도 겹쳐

임시 건물로 등교에 전학까지
교직원들도 두 달간 대기해야
학부모들 “이건 아니다” 분노

김해=글·사진 박영수·부산=김기현 기자

민주노총 집회, 레미콘 운송사업자 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의 여파로 부산의 한 신설 초등학교의 완공이 지연돼 학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해당 교육청과 학부모들이 발칵 뒤집혔다.

부산 강서구 신설 명문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들은 통학버스를 타고 임시교사에서 당분간 수업을 받아야 하고 2∼6학년 학생들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두 달 정도 더 다니다 이 학교로 전학을 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3월 1일 자로 이 학교로 발령되는 교장, 교사 등 60∼70명의 교직원도 1학년만 있는 임시교사에서 같은 기간 동안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오는 11일 강서구 명원초교 강당에서 명문초교 개교 준비 전반에 대해 신입생 학부모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학부모 설명회 개최 안내문에서 “교사 신축공사가 레미콘 차량 및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지연돼 오는 3월 임시교사인 울림마루에 신입생을 배치하고 교육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임시교사를 활용한 개교를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시북부교육지원청이 최근 명문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에게 보낸 임시교사 활용 안내문.

시 교육청에 따르면 명문초교는 임시교사에서 우선 개교하면서 1학년 230여 명만 입학시켜 수업하고 나머지 2∼6학년(450여 명)은 준공 후인 4∼5월 전학생을 받기로 했다. 특히 입학하는 1학년 아이들은 이 학교와 2㎞가량 떨어진 임시교사인 부산교육청 ‘울림마루(인성교육관)’로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해 수업을 받게 됐다. 과밀학교인 인근 명원·신명초교 2∼6학년 학생들도 학기 중간에 전학해야 해 담임 중도 교체 등 환경변화로 제대로 적응할지 우려된다. 부산시교육청 역시 오는 3월 1일 자로 단행하는 정기인사 때 새로 개교하는 이 학교 교장과 1∼6학년 교사, 행정직까지 발령을 낼 예정인데 이들은 1학년만 입학한 임시교사에서 준공 때까지 두 달가량 근무 예정이어서 인력 낭비 문제도 나온다. 이 학교의 경우 인근 명원·신명초교의 학생 수(총 학생 3000여 명)가 많아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신축이 결정됐다. 공사는 2021년 9월 발주해 1년 4개월이라는 빠듯한 개교 일정으로 공사가 추진됐다.

명원초교 인근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노조가 아무리 자기들 생존권을 위해 파업을 하고 집회를 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한 공립시설을 짓는 데까지 파업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등 개별 사안이 모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2∼3월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가 학교 신축현장에서 소속 조합원들의 장비(크레인 등)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해 장비교체 등으로 10일가량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에도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시작된 민주노총 부산·경남지역 레미콘 노조 파업으로 콘크리트가 공급되지 않아 18일간 작업을 못 했고 다음 달인 6월에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22일간 공사가 중단됐다. 또 화물연대 2차 파업과 여파로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21일까지 21일간 작업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