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후 귀국한 축구대표팀. AP뉴시스
대한축구협회가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직후 불거진 ‘개인 트레이너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냈다. 이에 따르면 일부 선수들이 의무팀장의 귀국을 강요하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개인 트레이너 안덕수 씨의 편법 채용을 제안했다.
축구협회는 10일 홈페이지에 안 씨의 문제 제기와 관련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축구협회는 "미흡한 점이 일부 있었다"면서도 "선수들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대표팀 일부 선수는 안 씨의 의무팀 합류를 요구하면서 그와 갈등 관계라는 의심을 받던 A 의무팀장이 선수단을 떠나 귀국하도록 요구했다. 축구협회는 "합법적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요구를 관철하려는 태도는 온당치 못했다"며 "극히 일부지만 의무 스태프, 직원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사려 깊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카타르월드컵 기간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을 치료한 안 씨는 지난달 SNS에 "(국가대표팀 숙소) 2701호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며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축구협회를 비난했다. 안 씨는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일부 선수의 몸을 관리했고, 첫 폭로 이후 돌연 침묵했다. 안 씨는 현재 SNS를 비공개로 돌렸다.
대표팀 일부 선수는 2021년 11월과 지난해 6월까지 2차례 안 씨가 축구협회 의무 스태프에 합류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정식 절차를 밟아달라고 선수들을 통해 전달했으나 안 씨의 지원은 없었다. 또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관계 법령에 따라 특정 자격증 보유자만 채용이 가능했지만, 안 씨는 이 가운데 일부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안 씨가 ‘외부 트레이너’ 자격으로 동료 2명과 카타르에 오자, 축구협회는 희망하는 선수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런데 안 씨와 동료들에게 치료를 받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축구협회 A 의무팀장의 업무 배제와 귀국을 요구했다. A 의무팀장이 안 씨의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인물이라는 주장이었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해당 선수들은 "자격증이 없어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 등 다른 직책으로 등록한 후 의무 활동을 하면 되지 않냐"며 "현지에 온 5명의 의무 스태프 중 자격증이 없는 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용 중이다. 거짓말을 한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아무리 선수들이 원한다 해도 모집 공고에 응시하지 않은 무자격자를 고용할 수 없었다"며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직책을 조작하면서까지 불법을 묵인·조장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선수들이 문제 삼은 ‘무자격’ 스태프에 대해선 그와 2년 계약한 2020년엔 자격증을 요구하는 관계 법령이 시행되지 않았기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재계약할 수 없다는 방침을 안내했다고 전했다.
A 의무팀장의 귀국 요구엔 상당수 직원이 "그를 귀국시킨다면 우리도 돌아가겠다"라고 반발하는 등 심각한 내부 분위기가 조성되자, 축구협회는 대신 그에게 치료 활동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축구협회는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업무를 이어가는 게 당사자와 선수들 모두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라 봤다"며 "이 사실을 통보했고, 선수들도 동의해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의료진과 안 씨의 충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훈련과 경기 후 통증을 호소한 선수를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식 지정한 병원에 데려가 MRI를 촬영, 현지 전문의와 대표팀 주치의가 같은 소견을 내렸다. 그런데 안 씨가 다른 의견을 전달한 탓에 선수들이 혼란스러워했다. 당시 대표팀 주치의로 왕준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조윤상 강서바른세상병원장이 함께했다.
축구협회는 "선수들의 신뢰를 받은 안덕수 씨가 수고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의무진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고, 선수와 팀에 큰 혼란을 줬다"고 지적했다. 또 "선수들이 오래 요청한 사안이라면 귀 기울여 듣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현재 축구협회 트레이너들에게 불만이 있었다면 원인과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데 그러질 못했다"고 반성했다.
축구협회는 "최근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 상태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추세라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된다"며 "공식 의무 스태프와 개인 트레이너 간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지, 협력 관계를 어떻게 조성할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축구협회는 오는 3월 초까지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대표팀이 새로 소집되는 그달 말 확정된 방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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