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꼬리자르기식 부실수사에… ‘윗선’ 정조준

■ 검찰, 경찰청·용산서 압수수색

경찰청 등서 관련 자료 확보
특수본 수사 전면 재보완 작업

‘이태원 핼러윈 참사’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꼬리 자르기’ 비판을 받았던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전면 재보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이 경찰 지휘부·행정안전부·서울시 등 ‘윗선 책임’ 규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서울서부지검은 경찰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남부구치소 등 10개의 장소에서 전방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우선 이임재(54)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62) 용산구청장 등 구속 송치된 기관장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뒷받침할 각종 보고서와 사고대응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윗선의 책임을 분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특수본을 꾸린 뒤 3개월에 걸쳐 대규모 수사 인원을 투입하고도 경찰 윗선은 물론 행안부·서울시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사 초기 행안부와 서울시 압수수색 당시에도 장관·시장 집무실은 제외됐다.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치안·경비 총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치안총감),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한 차례의 소환조사도 받지 않았다.

경찰은 이 전 서장 등 실무진만 구속한 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서울청 상황3팀장 등은 불구속 송치할 방침이다. 윤 청장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혐의 없음’으로 가닥을 잡았다. 행안부, 서울시 수장 역시 재난에 대한 국가기관의 대비·대응 의무 등을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인 행안부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에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최성범(53) 용산소방서장, 유승재 용산구 부구청장 등 불구속 송치된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수사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