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증거야. 내 몸에 손대지마” 집회 현장 극성 유튜버에 시민 눈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장문을 낭독하기 전, 한 시민에게 조용히 해달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 소환 현장, 진보·보수 세(勢) 대결 격화

집회 참여자들, 한 손에 ‘셀카봉’
유튜브판 ‘정치 전쟁’ 참전
“극성 유튜버 행태 지나쳐”

“실시간 생중계 방송이 증거야. 내 몸에 손대지 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받은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 집회현장 곳곳에서 욕설이 들렸다. 집회 준비를 하던 한 유튜버는 생중계 방송을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욕설을 내뱉었고, 반대 성향의 집회 참여자가 그의 몸을 밀치며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두 사람을 떼어내면서 심한 폭력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시민들은 이들의 욕설과 몸싸움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날 집회 현장에 있던 다른 극성 유튜버들도 시청자들에게 이른바 ‘슈퍼챗’(실시간 생방송 후원금)을 유도하면서 지속해서 상대 진영을 향해 욕설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유튜브 상에서 진보·보수 세(勢) 대결이 격화되면서 이에 영향을 받은 일부 극성 유튜버들이 집회 현장에서 과격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시청자들도 과격 행동을 되레 응원하거나 힘을 보태면서 극성 유튜버들의 행태가 더욱 극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셀카봉을 한 손에 든 채 자신이 지지하는 유튜버의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면서 유튜브판 ‘정치 전쟁’에 참전하는 모습이었다. 진보 측 집회 참여자 이모(50) 씨는 “집회 현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왔는지와 함께 진보 유튜버들의 실시간 방송 시청자 수가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하다”며 “세를 결집하기 위해 비슷한 성향의 지지자들끼리 특정 유튜브 방송의 링크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측 집회에 참여한 강만식(65) 씨는 “유튜브를 통한 세력 결집 효과가 상당하다 보니 시청자 수에 힘을 보태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며 “속 시원하게 발언을 하거나,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비춰줄 때마다 후원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은 극성 유튜버들의 행태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며 “정치 양극화가 다른 나라들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시민으로서 책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