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신성식, 한동훈 검찰수사심의위 영향 미치려고 韓에 대해 허위 제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성식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0년 10월 22일 국회에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남부지검, 신성식 2020년 6월~7월 KBS 기자와 접촉해 허위 제보
수사팀, KBS의 ‘채널A 사건’ 오보 의혹 피해자로 이동재도 적시
신성식, 기자에 “한동훈, 이동재에게 취재 적극 돕겠다고 말해”
“3말 4초로 보도 시점을 조율한 대목도 있어”…녹취록엔 없는 내용
법조계 “신성식 자발적이었는지 의문…배경·배후 밝혀야”


검찰이 KBS의 ‘채널A 사건’ 오보 의혹과 관련해 신성식(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장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그가 KBS 기자에게 “한 장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 대한) 취재를 적극 돕겠다고 한다. 야당(2020년 당시 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검찰총장(윤석열 현 대통령)한테 힘이 실리는 구도를 짜고 간 것이다” 고 발언하는 등 여러 차례 허위 제보를 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 검사장의 허위 제보 배경으로 채널A 사건 수사를 두고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이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전 보도를 통해 중앙지검의 한 연구위원 수사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반부패·마약범죄 전담부(부장 이준동)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신 검사장·KBS 기자의 공소장엔 2020년 6월~2020년 7월까지 두 사람 간 허위 제보가 오고 간 상황들이 자세히 나열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지검은 두 사람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면서 허위 제보 피해자로 이동재 전 기자도 적시했다. 수사팀은 2020년 6월 30일 신 검사장이 사무실에서 KBS 기자를 만나 “(2020년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벌어진 한 장관·이 전 기자 녹취록) 나중에 가면 (한 장관이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 대한) 취재를 적극 돕겠다고 한다. 강요미수 공범 가능성이 높다”며 “3말 4초(3월 말 4월 초)로 보도 시점을 조율한 대목도 있는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다. 윤석열 총장(현 대통령)은 이 전 기자가 구속되면 한동훈도 다친다고 보는 듯”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검사장은 7월 15일엔 KBS 기자에게 “한동훈 나쁜 사람이다. 무슨 유착·프레임에 의한 의도적인 수사(라고), 우리가 무슨 고의로 자기를 함정에 빠뜨린 것도 아니고 자기가 이 전 기자랑 공모해서 헛짓거리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18일에도 KBS 기자에게 “(2020년 4월) 총선에서 야당(당시 미래통합당)이 승리하면 총장한테 힘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이 구도를 짜고 간 것”이라며 “언론과 검찰이 짜고 일반 민심을 한쪽으로 이동시켜서 판세를 뒤집으려고 한 것. 일반 강요미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 7월 18일 신 검사장의 허위 제보를 바탕으로 KBS 기사가 보도된 후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한동훈 당시 연구위원이 이 전 기자에게 유시민 전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 취재를 적극 돕겠다고 하거나 보도 시점을 조율하고,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고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수사팀도 공소장에서 “녹취록엔 유 전 이사장 수사를 통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도록 한다는 취지나 그것이 의심될만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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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사팀은 KBS 기자가 신 검사장의 허위 제보를 바탕으로 7월 18일 기사가 보도되기 전 이 전 기자 변호인, 대검찰청 관계자로부터 신 검사장 제보가 사실이 아니란 점을 거듭 확인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공소장에 “해당 기자들은 녹취록을 직접 확인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이 전 기자 변호인, 대검 관계자 등 녹취록을 보거나 갖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녹취록에 이 같은 내용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신 검사장 허위 제보 배경으로 한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꼽았다. 당시 채널A 사건 수사를 두고 대검과 중앙지검의 이견이 벌어졌고, 2020년 7월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가 예정된 상황에서 해당 보도가 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한동훈장관 강요미수 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중앙지검은 ‘친문재인’ 계열로 분류되는 이성윤 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검장을 맡았고, 차장검사 등 주요 간부들도 대부분 친문재인 계열 검사로 채워졌다.

법조계에선 당시 중앙지검 3차장이던 신 검사장이 본인 담당도 아닌 수사에 대해 허위제보를 한 배경과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검사장이 본인 담당 사건도 아닌데 굳이 기자를 만나 잘못된 내용을 알려줄 자발적 동기가 있냐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신 검사장이 본인 사건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허위 제보를 했을지 의문”이라며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 배경·배후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신 검사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향후 재판에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다. 신 검사장은 지난 5일 기소 직후 입장을 내고 “검찰권이 사적으로 남용된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며 “사실관계나 법리적으로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