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출 통제 ‘외국환관리법’ 없애고… 글로벌 스탠더드 맞는 ‘외환법’ 마련

■ 송금때 ‘사전신고 의무’ 폐지

20년간 해외투자 10배이상↑
거래절차 완화해 편의성 제고

정부가 개인의 일상적인 외화거래의 사전 신고 의무를 없애는 내용이 담긴 신(新) 외환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한국경제 규모에 걸맞은 외환 제도를 갖추자는 의도가 담겼다. 1999년 외국환거래법이 만들어진 이후 20여 년간 해외투자가 10배 넘게 늘고 외환거래가 활발해졌지만, 거래 절차는 복잡하고 여전히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1월 말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장관급 회의의 추인을 받아 신외환법 제정 방향을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연내에 법·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국회 입법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은 1999년에 비해 13.9배 늘어난 2조1784억 달러(2021년 말 기준)에 달하지만, 현 외환거래의 편의성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본거래를 할 때 원칙적으로 사전 신고를 하도록 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거래 목적을 증명하는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거주자가 비거주자로부터 외화자금을 3000달러 이하로 차입할 때는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하고, 초과 차입할 때는 기재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 거래 규모·상대방·국경 간 자금이동 여부에 따라 신고 여부와 신고 기관 등이 달라져 일반 국민이 일일이 알고 있기 어려운 면이 있다. 기업의 애로 사항도 심각했다.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사전신고 외에 현지법인의 영업환경과 향후 계획 등을 담은 사후 보고서도 매년 제출해야 했다.

정부는 법을 새로 만들기로 가닥을 잡았다. 외환 거래를 대폭 자유화하자는 취지인 만큼 외자 유출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존 외국환관리법을 유지·보수하는 정도로는 현재 경제 규모에 걸맞은 법·규정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과거에는 외화 자금이 부족해 외화를 끌어들이되 유출은 최대한 막아야 했고,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 큰 위기를 겪는 동안 생긴 대외건전성에 대한 우려 등이 관련 법에 반영됐다. 최근 가상자산 등 새롭게 등장하는 자산 및 결제 수단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생겼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