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장관 3명, 靑참모 2명 ‘블랙리스트 의혹’ 무더기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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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백운규·통일 조명균·과기 유영민 전 장관
前청와대 조현옥 인사수석·김봉준 인사비서관
2017∼2018년 공공기관장 사퇴종용 혐의 기소

문재인 정부 시절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당시 장관급 인사 3명과 청와대 참모 2명을 동시에 재판에 넘겼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지 약 4년 만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1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백운규(왼쪽 사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명균(오른쪽 〃) 전 통일부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과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인사라인 참모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 산하기관의 기관장들에게 사직서를 강요한 혐의다. 백 전 장관과 조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산자부 산하 11개 기관장에게 사직서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백 전 장관은 민간단체인 한국판유리산업협회·한국태양광산업협회·한국윤활유공업협회 상근부회장들에게 사표를 제출받고 그 자리에 문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은 김 전 비서관이 주도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지난 2017년 7∼8월 당시 임기를 약 1년 남긴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다. 손 전 이사장이 이를 거부하자 “조용히 사직해달라”며 직접 사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였던 2017년 6월쯤부터 당시 이진규 과기부 1차관,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과 함께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에게 사퇴를 압박한 혐의가 적용됐다. 같은 해 4월 취임한 임 전 원장은 2018년 4월에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사직했다.

이번 의혹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인호(60) 전 산업부 1차관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산업부 ‘윗선’이 한국전력 자회사 사장 4명을 압박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내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비슷한 사퇴 압박이 국책연구기관장과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같은 해 3월 조 전 장관 등 11명을 추가로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3월 산업부와 산하 자회사 8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고발 당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권 교체를 기다리다가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3·9 대선 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1개월여 전인 지난해 4월 보도자료를 내고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보복 수사’, ‘코드 맞추기 수사’라는 등 논란이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2022년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돼 공공기관장 사퇴 종용과 인사권 남용에 대한 법리가 정리돼 본격적으로 수사했다”고 밝혔다.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벌어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김은경(67)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56)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2017∼2018년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고 청와대나 환경부가 점찍은 인물들을 후임으로 앉힌 사건이다. 김 전 장관은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신 전 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