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반도체 패권법’ 공세…韓 국회는 반쪽 지원法도 발목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반도체 보조금 지원 기준은 3대 독소 조항을 담고 있다.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이상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초과 이익을 미 정부와 공유하고, 향후 5년간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 비밀도 공개해야 한다. 지나 러몬드 상무 장관은 “목표는 미국을 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반도체 설계에서 생산까지 틀어쥐겠다는 ‘반도체 패권법’ 선언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지나친 시장개입이자 기업에 좌파(progressive) 정책을 강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최대 독소 조항은, 까다로운 보조금 규정을 지키려면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설비 확장이 완전히 막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 SK하이닉스는 D램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또,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5000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은 중국 반도체 생산 설비를 잃고, 미국 투자 효과마저 못 거두는 재앙을 맞게 된다. 반도체 산업의 최대 위기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다수 의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에 대해 “재벌 특혜법”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조차 반도체 설비투자에 25% 세액 공제를 해주는데, 민주당은 15%로 높이는 ‘반쪽 지원법’마저 가로막는다. 제2의 요소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공급망기본법,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 등 ‘경제 3법’ 입법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이재명 대표는 전기차 보조금 배제를 불러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사태 때 “외교 라인을 문책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3·1절에 국회를 개회하자고 우겼다. 입으론 경제를 챙기는 척하면서 경제 발목을 잡는 행태야말로 21세기 매국(賣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