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여러분의 삶을 바꿉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인창 주요 20개국(G20) 국제협력대사. 기획재정부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성호 경기대 진성애교양대학장. 경기대 제공

송인창 주요 20개국(G20) 국제협력대사와 최성호 경기대 진성애교양대학장이 최근 출간한 책 ‘세상을 바로 보는 힘 통계 안목’ 표지에는 ‘프로크루스테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살아남기’, ‘조작된 데이터와 숫자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망치는가?’라는 말이 부제(副題)처럼 붙어있다.

저자인 송인창 대사는 영국 런던스쿨 오브 이코노믹스(LSE)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요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1급) 등 국제금융 분야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뒤 영국 런던에 있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근무했고, 중국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인프라은행(AIIB) 초대 비상임이사를 지냈다. 영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경제 정책의 이론과 실제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섭렵했다는 뜻이다.

최성호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학계에 몸을 담아 현재 경기대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면서 진성애교양대학장을 맡고 있다. 최 교수 역시 산업자원부에서 산업·통상·에너지 정책 수립에 참여했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비상임위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비상임이사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경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두 저자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와 행정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행정고시 재경직에 나란히 합격해 한 사람은 공직자로 활동하고, 다른 한 사람은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저자들이 일반인을 위한 통계에 관한 책을 쓰게 된 목적은 머리말에 분명히 적시돼 있다. "정직한 통계에 기반을 둔 정치와 정책이 더 좋은 사회와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저자들은 "그러기 위해서는 통계를 만들어 제공하는 사람들이나 통계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사람들 모두 통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통계를 다시 생각한다
오랜 세월 우리나라에서 통계는 ‘별로 인기 없는 것’으로 치부돼왔다. 우리나라의 통계 수준이 국제적으로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정보기술(IT) 능력 등을 고려하면 아직 ‘통계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이제 통계에 대한 수준을 더욱 높여 중요한 국가 정책이나 정치적 결정의 기본으로 삼아야 할 때가 됐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성취했어야 할 일을 조금 늦게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발발한 뒤 취약 계층, 소상공인 등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했다.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취약 계층, 소상공인 등을 위해 재정에서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 세금인 재정을 얼마나 적실성 있게 지원하느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4월 1일 기획재정부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업그레이드’라는 자료를 내놨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아 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국민에게 지원했는지 홍보하는 자료였다. 그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월 1일까지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다섯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총 96조 원의 돈을 썼다. 그 뒤에도 5차 재난지원금 등 지원이 계속됐으니 코로나19 피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지급된 전체 재정 규모는 10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통계는 국가 정책의 기본이다-코로나19 지원금 지급의 ‘코미디’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 따라서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이나 고용 취약 계층, 생계 위기 가구 등을 위해 쓰인 돈의 많은 부분은 주먹구구에 의존한 것이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으니 이번 분기 매출이 지난 분기에 비해서 줄었거나, 전년 동기에 비해 줄었거나, 좌우간 줄기만 했으면 지원하는 ‘주먹구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업종의 경우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늘어난 사례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은 고려조차 하지 못한 채 국민 세금을 지원하느라 급급한 것이 현실이었다.

더욱이 각종 선거 등 정치 이벤트가 다가오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제대로 된 통계나 데이터는 뒷전이고, 선심성으로 국민 세금을 뿌린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소득과 자산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통계도 없어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소득과 자산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통계도 없다. 그러니 저소득층을 지원할 일이 있을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된다. 소득과 자산 모두를 고려해 하위 60%, 70%, 80%, 90% 등을 골라내서 지원하고 싶어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통계가 없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으니 지원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도 국민 세금을 나눠주면서 "새로 통계를 만들어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그냥 전 국민에게 모두 나눠주자"는 황당무계한 얘기가 횡행한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데 과학적인 통계나 데이터도 없이 제대로 된 통계를 만드는 데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드니 그냥 전 국민에게 나눠주고 보자는 얘기를 시정잡배도 아니고 공당(公黨)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주장한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면 재벌 총수나 가족에게도 똑같이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과연 그분들이 그 지원금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는 둘째 치고, 그 지원금을 받아서 국가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 지도 의문이다.

비단 코로나19 지원금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지급된 ‘일자리 안정자금’ 등 국민 세금을 주먹구구식으로 지급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가 주춤해질 기미를 보이는 지금까지 그 많은 지원금 중에서 얼마가 ‘헛돈’으로 새나갔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게 대한민국 통계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이 고쳐지지 않으면,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져도, 국민 세금을 ‘공돈’처럼 쓰는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통계는 여러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대학 입시에도 활용되는 통계
이 책에서도 많은 사례가 예시돼 있지만, 통계는 거창한 국가 정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국민의 관심이 큰 대학입시에서도 통계학의 기초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수능 수학 등 일부 과목은 선택 과목 간 편차를 줄이기 위해 표준점수를 이용하는 데, 통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으면 이해가 쉽다. 대학 입학원서를 어느 대학, 어느 과로 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통계에 대한 지식이 활용될 여지는 많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입 컨설팅 업체들은 매우 복잡한 통계학적인 방법을 통해 가공한 자료를 기초로 비싼 돈을 받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대입 지원을 위한 학교나 학과를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의 예시로 나온 것처럼, 매주 발표되는 정치인에 대한 여론조사, 연금 충당부채 계산 등 일상생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통계는 매우 많다.



#에필로그
저자들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책을 읽는데 통계학이나 수학에 대한 기초 지식은 필요 없다. 경제학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도 필요 없다. 어느 정도 상식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 통계에 대한 ‘맛’을 느끼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 개편에 대한 논의가 많다. 매달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는 돈은 늘리고, 나중에 받는 돈을 줄이자고 하면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통계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개인적으로는 손해지만 국민연금을 지금 개편하지 않으면 현재 청년층 등 후세대들은 나중에 받을 연금이 없어지고 사회가 엄청난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국만 다수가 국민연금 개혁에 찬성하려면 우선 국민이 국민연금의 실상(實相)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기본 인식의 공유 없이 전문가들이 몇 개월 만에 복잡한 산식(算式)을 들이대면서 개혁 안을 내놔봐야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설령 집권층이 그런 개혁안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참배하고 정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공감대 형성이다. 그리고 그런 공감대 형성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해당 분야 통계와 데이터에 대한 국민의 광범위한 인식 공유다. 우리나라는 통계 선진국으로 가야 할 시점에 도달했고, 통계 선진국이 되지 않으면 나라의 존망을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만큼 많은 측면에서 국민의 성숙한 결단이 필요한 때를 맞고 있고, 국민이 성숙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기초가 바로 각종 통계와 데이터다. 그런 측면에서 통계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의 통계에 대한 인식과 지식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송인창·최성호, 두 저자가 쓴 이 책은 일반 국민에게 통계에 대한 유용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해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