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블루골드”… 환경부 사업화 지원 속 물 만난 ‘K-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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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물의 날’… 주목 받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환경부, 2019년 2409억 투입
대구 달성군 조성…105社 입주
24시간 실증플랜트 ‘세계 유일’
기술개발·해외진출 전주기 지원

세계시장 5년내 1조달러 넘어
‘혁신 물기업’ 강력지원해 공략
UAE 해수담수화 등 중점협력
입주기업 작년수출 700억 훌쩍

대구=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정부의 수출 지원을 받아 미국 캘리포니아주·오클라호마주 등에 최근 추가로 테스트베드를 구축했고, 이를 레퍼런스 삼아 다른 북미·남미 국가들과도 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로 수입되는 수질계측기 대부분이 미국산이었는데, 현재 자사 계측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물 기업의 달라진 위상을 느낍니다.”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 중인 블루센. 2019년 물클러스터가 개소할 때부터 입주해 지난 4년여간 매출 3배, 고용인원 2.5배가 늘어난 대표적인 물 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다항목 수질계측기, 수질 자동드레인장치 등 물 산업 첨단기술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블루센의 손창식 대표이사는 “제품 특성상 24시간 가동되는 시험용 용수에서 성능을 시험하는 게 필요했는데 물클러스터 내 이를 위한 실증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제품 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수질분석기, 상하수도 인공지능(AI) 솔루션 등을 보유한 신생 기업 니브스코리아도 물클러스터에 입주한 지 1년만인 지난해 국내 스마트 하수처리장 시범사업을 다수 수주한 데 이어 최근 베트남 등과 수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니브스코리아 측은 “물클러스터의 지원을 받아 중동 쪽 바이어들과도 화상미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앞두고 5년 내 1조 달러 규모를 넘어설 ‘블루 골드’ 세계 물 시장이 조명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워터마켓(GWM)은 세계 물 시장이 오는 2027년 1조937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 복지, 물 안보와 함께 물 분야의 주요 축인 물 산업 분야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연평균 4.2%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상태다. 이를 선점하고자 물 기업들의 각축전이 치열하지만, 국내 물 산업 분야 매출액 46조6000억 원(2020년 기준) 중 수출액이 1조8000여억 원으로 3.9%에 그친다는 점은 정부의 고민거리다. 내수시장에 머물렀던 국내 영세·신생 물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물 산업 육성과 지원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부가 국비 2409억 원을 투입해 2019년 조성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바로 이러한 물 기업의 육성·진출을 목적으로 물 산업 기술·제품 개발 단계부터 실증 시험, 성능 확인, 해외 진출까지 전주기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14만5000㎡의 부지에는 실증화 시설 외에도 물 산업 진흥시설, 하폐수처리장 등이 마련돼 있으며 물 기업 집적단지 등에는 현재 105개 사 132개 실이 입주해 입주율 129%로 초과 달성한 상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입주기업 관계자가 종합관망 시험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지난 8일 방문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는 물 기업 기술 사업화의 핵심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실증플랜트가 분주하게 가동되고 있었다. 정수와 재이용 실증플랜트의 거대한 물 저장장치와 각종 침전, 여과 시설이 사람 키의 수배 높이로 들어서 블루센과 같은 입주 기업의 물 첨단기술의 실증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만난 홍지환 실증화지원부장은 “해외 클러스터를 보면 대부분 기업들이 원수를 가지고 와서 실증화를 거치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 차원에서 하수와 폐수까지 재이용해 24시간 실증플랜트를 가동해주는 곳을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물클러스터는 워터스타기업 프로그램, 물기술능동형 디지털지원사업, 테크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면서 이같이 기업들에 실증 시설 및 시험·검사 인프라 무상사용, 시설 임대료 감면, 해외 수출상담회 및 전시회 참가 등을 돕고 있다.

물클러스터가 입주 기업의 지근거리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면, 물 산업 주요분야 육성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환경부의 몫이다. 환경부는 다양한 물 산업 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순수, 해수담수화, 수열 등을 미래 물 기술 유망 분야로 선정해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물클러스터 입주 기업을 포함해 2022년 기준 30개 사가 환경부의 ‘혁신형 물 기업’으로 지정돼 사업화 및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 중 초순수 관련 기업도 포함돼 있다.

환경부는 또 물 기업 진출 가능성이 높은 중점협력국을 선정해 민간 기업과 해당국 간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맞춰 양국 간 수자원 분야 협력 업무협약(MOU)을 개정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이를 기반으로 해수담수화 등의 확대를 위해 ‘한-UAE 수자원 정책·기술 교류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와 물 분야 협력 실무 공동운영위원회를 열어 수상태양광 설치를 논의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물 기업의 활로를 발굴하고 있다.

안팎의 지원에 힘입어 국내 물 기업도 조금씩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물클러스터 내 총 98개 사의 매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에서도 2021년도 기준 1조 원에 육박(9139억 원)했으며, 특히 수출 부문에서는 570억 원을 기록해 직전 연도 대비 16.5%의 성장률을 보였다. 2022년의 수출액은 7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물클러스터는 추산하고 있다.

총 52개 회원사가 속해있는 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KWCC)의 이창 사무국장은 “입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해 새로운 해외진출 모델을 만들어내는 등 다방면으로 수출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며 “10개 사가 각자 생산한 물 펌프·밸브·여과기 등으로 통합정수처리장치를 만들어 베트남에 수출했고,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등과도 추가로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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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시설 고도화 추진… 글로벌 톱 신기술 10개 ‘그랜드 플랜’ 구상”

■ 박석훈 물클러스터 사업단장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 물 기업의 수출액이 2022년 잠정 7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2025년 수출액 7000억 원, 글로벌 톱 신기술 10개 보유라는 장기 목표를 공표한 만큼 대담하고 공격적인 ‘그랜드 플랜’을 구상 중입니다.”

올해 개소 4년 차를 맞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석훈(사진) 사업단장은 지난 8일 집무실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단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움츠러들었던 물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만큼 물클러스터도 올해 더 공격적으로 기업 지원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환경공단의 물클러스터 운영준비단에 소속돼 물클러스터 개소 초기부터 관여해왔던 그는 지난해 사업단장으로 임명됐다.

박 단장에 따르면 물클러스터는 올해 실증시설 고도화·기업 시장진출지원 플랫폼 구축 등을 준비 중이다. 박 단장은 “물 기업의 기술 실증화를 위해 실증플랜트 제어계측설비 개선·운영자료 실시간 공개·가상물리시스템(CPS) 도입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또 물 기술 성능검증 통합지원센터 운영, 민·관 통합형 해외진출 지원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개선안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끝으로 “물 산업의 경우 해외에서도 정부가 직접 관할하거나 타국 기업 진입에 보수적인 시장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개별 기업에 맡기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국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