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결단한 양곡법 거부권…巨野 포퓰리즘 입법 멈추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 제53조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취임 이후 첫 법률안 거부권 행사이고, 2016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이후 7년 만이다. 쌀 농가 반발과 야당 선동 등 정치적 부담이 예상되지만, 농업 혁신을 가로막고 국가 재정을 거덜 낼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는 것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당연한 책무다. 재의 요구된 법안은 국회에서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되기 때문에 현재 의석 구조상 폐기가 확실하다.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169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포퓰리즘 행태를 보면 앞으로도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할지 모른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모두 사들이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입법한 야당은 농민을 위하고 식량 안보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30년 전에 비해 쌀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경우, 초과생산량을 전량 의무 매입하면 매년 1조 원 이상이 소요된다. 가축, 스마트팜 지원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40여 개 농·축산 단체가 이 법에 반대하는 이유다. 쌀만 가지고 식량 안보 운운하는 시대도 지났다.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떨어질 경우엔 0.5㏊ 미만 논을 경작하는 영세 농가의 순수익률이 2021년 22.9%에서 2030년에는 1.4%까지 떨어진다는 정부 통계도 있다. 결국 대농과 보관업자들만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집회를 갖고 의원 삭발 투쟁을 벌이고, 본회의에선 한덕수 국무총리를 겨냥해 ‘탄핵’ ‘양아치’ 등의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법안의 내용을 조금 바꿔 제2 제3의 거부권을 유도하거나, 아예 다른 농산물에 대해서도 최저가격 보장제를 요구하는 새로운 법 추진도 거론한다. 노란봉투법, 방송법 개정안 등 다른 법안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문재인 정권 때도 못 했던 입법을 강행해 윤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다. 이런 입법 폭주가 되풀이되면 국회 권능 자해와 정치 불신 등 부메랑으로 작용한다. 그래도 야당이 강행한다면, 윤 대통령이 국민과 국익을 위해 거부권 행사를 머뭇거려야 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