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민심이 여권에 보낸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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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정치부 차장

13개월여 전, 윤석열 대통령은 1639만4815표를 얻어 1614만7738표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꺾고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두 후보의 표차는 24만7077표, 득표율 차이는 0.73%포인트였다. 5년 동안 와신상담했던 보수층에 문재인 정부의 뻔뻔한 행태에 혀를 내두르며 ‘응징’한 중도층,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이들까지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모이고 모여 어렵게 얻은 승리다. 그렇게 전국에서 ‘한 표’씩 더하고 더해 48.56% 대 47.83%, 가까스로 0.73%포인트 이겼다.

6일 전, 개표 전까지 여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던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매주 나오는 여론조사 수치보다 더 매서운 민심이 ‘숫자’로 나타났다. 옆 지역구인 울산 남구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했다고 기자들이 따져 묻자, 김기현 대표는 “청주는 이겼다”고 답했다. 선거가 치러진 곳은 청주시의회 의원을 뽑는 청주나선거구. 중앙동, 성안동, 탑·대성동, 용담·명암·산성동, 금천동이 해당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이상조 국민의힘 후보는 48.38%를 얻어 박한상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했다. 13개월 전엔 어땠을까. 윤 대통령은 다섯 개 동에서 3만9050표 중 1만9760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50.6%.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과반이 무너졌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 민주당 간판을 달고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무소속 후보와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과반이다.

울산시 남구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남구나선거구는 신정4동과 옥동으로 구성돼 있다.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는 49.39%를 득표해 최덕종 민주당 후보(50.60%)에게 석패했다. 옥동에서 20표 이겼지만 신정4동에서 67표 졌고 관외사전투표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13개월 전 윤 대통령은 옥동에서 1만6563표 중 9551표를 얻었다. 57.66%. 이재명 대표의 득표율은 채 40%가 되지 않았다. 신정4동에서도 윤 대통령은 절반을 훌쩍 넘는 득표율(51.15%)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의 아성인 대구·경북, 이번에는 경북도의원을 뽑는 구미4선거구에서만 선거가 치러졌다. 김일수 국민의힘 후보는 상모사곡동에서 62.89%, 임오동에서 69.21%를 얻어 64.95%의 득표율로 무난하게 승리했다. 그럼에도 대선에 비해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은 하락했다. 윤 대통령은 이 선거구에서 2만6070표 중 1만7589표, 67.47%를 득표했다.

호남에서 치러진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전북 군산시의회 선거 군산나선거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은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두 지역 모두 대통령 선거 때 윤 대통령이 15% 안팎의 지지를 얻었던 곳이다. 충청이든, PK이든, TK이든, 호남이든 여당 지지율은 일관되게 하락했다. 공천을 잘못해서, 상대 후보가 워낙 세서, 저쪽 지지층이 열심히 투표장에 나와서, 방심해서라고 뭉개고 넘어가기엔 매우 위험한 경고다. 그래도 인구 절반의 수도권이 있다고? 친윤(친윤석열) 당협위원장들도 고개를 젓는 게 수도권 민심이다. 한 정치학 교수는 재보선 결과에 “1년 동안 대통령과 당이 꾸준히 못 한 결과”라고 잘라 말했다. 한 표씩 모아 0.73%포인트 이겼지만 뭉텅이로 표가 빠져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