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일 경북 울진군 북면 상당리 산불 피해 야산. 피해목 벌채가 완료된 산등성이에 소나무 묘목으로 조림 복원이 이뤄졌다. 아래 사진은 불에 탄 채 서 있는 북면 응봉산 소나무들.
■ 산림청, 산불지역 생태복원 본격화
1만6302㏊ 역대최대 산불피해
자연복원-인공복원 사업 병행
소나무·음나무 심어 생태살려
“수년 내 순 채취·작물화 가능”
장마철 산사태 우려지역 정비
활엽수 위주 내화수림 조성도
울진=글·사진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19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상당리의 한 도로변 대형산불 피해지 복구 현장. 이곳은 지난해 3월 초 사상 최대 피해를 냈던 울진·삼척 산불의 발화 지점에서 2㎞ 정도 떨어진 산불 현장이다. 피해 극심 지역으로 분류돼 최근 벌채가 완료된 뒤 최근 조림 복원이 시행된 곳이다. 잘려나간 소나무 밑동 옆으로 녹색 빛 새 생명이 올라오고 있다. 이곳 일대 10㏊에는 산불 발생 1년 만인 지난 식목일 처음으로 총 3만 본의 소나무와 음나무 묘목이 식재됐다. 타버린 숲에 희망을 심는 첫발이 디뎌진 셈이다.
경사면 곳곳에 심어진 20∼30㎝ 높이의 어린 소나무들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린다. 아직은 가녀린 생명체지만 50∼100년 뒤면 복원된 숲의 당당한 주인이 될 것이다. 김평기 울진국유림관리소 소장은 “송이 채취 등으로 생계를 잇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소나무 숲을 복원하고 음나무는 단기소득작물용으로 심었다”며 “음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빨라 수년 내에 새순 채취와 약용 작물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진·삼척 산불은 지난해 3월 4일부터 3월 13일까지 장장 9박 10일(213시간 43분)간 계속됐다. 산불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장시간 동안 계속돼 축구장(0.714㏊) 2만2832개 크기의 역대 최대의 산림 피해(1만6302㏊)가 발생했다. 피해지의 87%(1만4140㏊)가 울진 지역이고, 피해 산림 중 사유림이 70%, 국유림이 30%다.
이 중 보전 가치가 높은 산림유전자 보호구역 등의 생태 복원은 총 15년간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된다. 산림청은 지난해 5개월간의 현장 정밀조사와 지역 주민, 학계, 환경부, 문화재청,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12월 4240㏊ 규모의 법정 보호구역 내 산불 피해지 산림생태복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 동안 3단계로 사업을 진행한 뒤 이후 10년간 모니터링이 이어진다.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덕구군립공원, 산양서식지 등으로 대상으로 자연 회복력에 기반해 원래 식생을 복원하는 사업을 벌인다. 자연 복원 76%(3227㏊), 조림 복원 22%(948㏊), 응급복원 2%(65㏊) 등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자연 복원은 피해목 그루터기 등에서 새 가지가 돋아나는 방식인 맹아 갱신, 바람에 날아온 종자가 내려앉아 자라는 천연하종 갱신 등의 방식으로 추진된다. 활엽수인 참나무류가 주로 자라게 되며 생물 다양성 증진에 효율적이지만, 경제적 가치는 떨어지는 잡목숲이 될 가능성도 크다. 전체 피해 지역으로 보면, 55%(9035㏊)는 자연 복원, 45%(7267㏊)는 조림 복원 방식으로 생태계를 되살릴 방침이다.
조림 복원은 주민들이 강력히 희망하는 복원 방식이다. 산주의 소득과 직결된 목재, 송이버섯, 도라지 등 단기소득작물 등이 생산될 수 있도록 조림을 추진한다. 소나무는 산불의 주원인으로 심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척박한 우리나라 토양에도 가장 잘 정착한 수종이자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수종(국민 38% 선호)으로 목재 생산 가치도 고려해 주요 수종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 전문가들이 견해다.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도 조성된다. 중요시설, 민가 주변 등 산불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지역은 능선부를 중심으로 활엽수 위주의 내화수림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영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임업연구관은 “자연 방임 형태의 복구는 하층에 충분한 자연재생력(움싹)이 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초기 훼손이 적은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회복력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산림경영 측면에서는 인공복원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산불 피해지 복원 시 자연 회복력, 산림기능, 산주 의견, 입지여건에 따라 자연복원과 조림 복원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시급한 복구 과제는 우기를 앞두고 산불로 훼손된 산림의 산사태, 토사 유출, 나무 쓰러짐 등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 복구사업이다. 산불 피해목은 강풍 또는 집중 호우 때 쓰러질 위험이 높다. 2002년 태풍 루사로 강릉에 폭우가 내려 산불 피해목이 하천에 쌓이면서 물이 범람해 심각한 인명·재산 피해를 낸 바 있다. 산림청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주택 주변 생활권 지역 등 663㏊를 우선 긴급 벌채키로 했다. 현재 65%를 완료한 상태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보호구역을 포함해 피해 지역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복원·복구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우기를 앞두고 산사태 등에 2차 피해가 없도록 예방 및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도로 산불 대응해 500년 역사 금강송숲 지켜”
■ 김평기 울진 국유림관리소장
“3년 전 새로 낸 산불방지용 임도가 500년 금강송 숲을 살렸습니다.”
19일 산불피해 복구 현장에서 만난 김평기(사진) 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장은 지난해 3월 소중한 국가자산인 울진 금강송 숲을 초대형 산불로부터 지켜낸 ‘소광리 대첩’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그는 9박 10일간 이어진 산불과의 사투 과정을 풀어 놓으며 임도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부임 두 달도 안 된 초임 소장이던 김 소장에게 지난해 3월 닥친 산불 재난은 엄청났다. 북면 두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 만에 소광리 금강송 숲까지 번졌다. 조선 시대부터 황장봉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200년생 소나무 8만5000그루와 500년 이상 된 금강송 보호수·멸종위기식물·산양이 서식하고 있는 산림생태계의 보고이자, 관리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발화 5일째, 온갖 노력에도 산불이 결국 소광리와 두촌리 경계 능선을 넘어왔을 땐 정말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소광리 숲이 숯덩이로 변하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2020년부터 34억 원을 투입해 새로 개설한 5m 노폭의 산불예방임도 10.3㎞가 구세주 역할을 했다.
짙게 쌓인 연무로 헬기지원이 어려워 지상 진화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임도를 따라 수천여 명의 진화대를 배치해 2차 방어선을 구축했다. 임도를 통해 고성능 소방차 10대를 진입시켜 밤새도록 임도 위 절토면 60∼70m 상단까지 고압수를 살포해 주불의 기세를 잡을 수 있었다. 김 소장은 “임도가 잘 개설된 소광리 권역 3705㏊는 6%만 산불 피해를 봤지만, 임도가 거의 없는 인접 응봉산 권역은 전체 면적 3130㏊의 85%가 산불 피해를 봤다”며 “임도는 진화인력·차량 등의 투입 통로, 원활한 소화용수 공급 루트, 헬기가 뜰 수 없는 야간 진화 등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인프라로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산불을 끄는 꿈을 꾸는 직원이나 진화대원들이 있다”며 “소리 없이 맡은 바 임무를 다한 많은 분 덕에 500년 소광리 숲을 지킬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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