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사망자만 13명… 전국 1만명 긴급대피

■ 침수·산사태 피해 속출

공주·부여 등 문화재 16건 잠겨
항공기 결항되고 KTX 운행중지

민정혜 기자, 홍성=김창희 기자

전국에 폭우가 쏟아지며 사망·실종자가 17일 오전 49명으로 늘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차량 침수사고 사망자만 13명으로 수색이 이어지며 인명 피해는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집중호우 때 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하천 제방이 곳곳에서 붕괴해 ‘제2의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우려케 했고,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누적 강수량이 상당한 충남 지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전국 사망자는 오송 지하차도 사망자 13명을 포함해 40명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경북(19명), 충북(16명), 충남(4명), 세종(1명) 순으로 많았다. 실종자는 경북(8명), 부산(1명)에서 총 9명 발생했다. 정부는 오송 지하차도에 차량 10여 대 이상이 침수돼 있는 것으로 보고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인명 피해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인근 미호강 임시제방이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지하차도로 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적으로 하천 제방 유실은 170건 발생했다.

충남권에 ‘물폭탄’이 연이어 쏟아지며 특히 피해가 컸다. 13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충남 청양군에는 579.5㎜, 공주시에는 517.5㎜의 비가 퍼부었다. 도로 붕괴·토사 유출 등 전국적인 공공시설 피해 631건 가운데 311건(49.3%), 주택 침수·파손 등 사유시설 피해 318건 가운데 140건(44.0%)이 충남에서 발생했다.

지난 14일 오후 논산시 양촌면 납골당 산사태로 일가족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데 이어 청양, 공주 등에서 산사태 등이 이어져 총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금강 하류가 지나는 논산평야 일대도 금강과 논산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대규모 농경지 침수 사태가 발생했다. 백제 고도권인 공주·부여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세계문화유산을 포함한 문화재 16건도 침수 피해를 봤다. 전국적으로 15개 시도 112개 시·군·구 6258가구 1만608명이 긴급 대피했고, 이 중 3217가구 5591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항공기 16편은 항공사 스케줄 조정 등에 따라 결항됐다. 지난 16일부터 일반 철도 열차는 전 선로 운행을 멈췄고, KTX는 ‘서울∼(수원)∼부산’ 등 5개 선로 운행을 중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