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처럼 쌓기만 해”… 임시제방이 사고 키웠다

■ ‘오송참사’ 원인 논란

폭우 예고에도 제방 뒷북 보강
3차례 경보에도 도로통제 안해

청주=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대형 인명피해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임시 제방이 허약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으로 주변의 ‘미호천교 개축 공사’가 지목되면서 사고 수습 후 책임소재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17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침수 사고는 미호천교 개축을 위해 쌓은 임시제방이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견디지 못하면서 무너져 지하차도로 물이 삽시간에 쏟아져 들어와 발생했다.

미호천교 개축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 공사’의 하나로 진행돼온 공사다. 행복청에 따르면 ‘오송∼청주 도로 확장 공사’는 752억 원을 투입해 1.2㎞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 넓히는 공사로 2018년 착공해 올해 8월 준공될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은 기록적인 폭우가 예고된 상황에서 뒤늦게 제방을 보강했다며 관리 부실에 따른 사고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장찬교 궁평1리 전 이장은 “사고 한 시간 전쯤 현장에서 인부 3∼4명이 범람에 대비해 모래를 쌓고 있었다”며 “큰 마대에 작업하는 게 기본인데 모래성처럼 모래를 쌓기만 했다”고 말했다.

결국 집중된 호우로 물살을 견디지 못한 제방이 무너졌고 넘친 강물이 지하차도를 덮치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행복청 관계자는 “임시 제방은 밑에 부분에 중량 마대(톤백)를 쌓고 이후 흙으로 다졌으나 견고성은 아무래도 기존 제방보다 떨어진다”며 “모래로 제방을 만들었다는 주민들이 말은 오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전에 3차례의 경보가 있었음에도 위험구간인 지하차도 통제를 안 한 지방자치단체의 안전불감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발생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4시간 30분 전인 오전 4시 10분에 미호강에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이어 오전 6시 30분에는 경보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담당 흥덕구청에 인근 도로 교통통제가 필요하다고 알렸지만 지자체의 차량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제방이 범람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와 차량을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