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재난대응…지하 50m터널서 10분만에 지상대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8일 오전 2시 경기 성남시 율현터널 제2수직구에서 진행된 고속철도 사고 대응 훈련에서 승객들이 수직탈출구 방향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상민(오른쪽 사진 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날 현장에서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행정안전부 제공

■ 율현터널 최초 훈련 동행해보니

열차 화재 상황, 짙은 연기 퍼져
승객들, 비상통로따라 지상으로
중상자는 현장 응급의료소 이송

국토부·소방청 등 15곳 참여
행안부 장관, 사고 대응 총괄

성남=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

최고 300㎞로 달리는 수서고속철도(SRT)가 갑자기 멈춰 섰다. 빨간색 비상등이 켜지고,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매캐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삽시간에 객실을 삼켜 앞을 쉽게 분간할 수 없었다. 불이다. 지하 50m에 있는 고속철도 지하터널인 율현터널 한가운데서 열차 내 화재가 발생했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승객 50명 가운데 10여 명은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탈출구를 찾았다.

승무원은 즉시 SRT 운영상황센터로 사고를 신고하고 열차안내방송 등을 통해 승객 대피를 유도하면서 초기 화재 진압을 시도했다. 터널과 지상을 연결하는 비상통로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안내받은 승객들은 10여 분 만에 지상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로 대피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탈출하지 못한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소방·구급대원들이 터널로 들어왔다. 일부 부상자는 구급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가까스로 대피했다. 들것에 실린 중상자는 지상에 마련된 현장 응급의료소에서 재난의료지원팀(DMAT)의 응급처치를 다시 한 번 받은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8일 오전 2시 고속철도 사고 대응 훈련이 경기 성남시 율현터널 제2수직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진행됐다. SRT는 지난해 말 기준 일평균 6만500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특히 지하터널 안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 상황에 준하는 이번 훈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율현터널은 수서와 평택을 잇는 길이 50.3㎞의 고속철도 지하터널이다. 이날 행안부는 사고 발생 상황 접수 직후부터 관계기관에 사상자 구호, 화재 진압, 구조·구급 등을 지시하면서 사고 대응을 총괄했다. 이날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소방청, SRT, 경기 성남시 등 15개 기관 300여 명이 참여했다.

현장에서 훈련을 직접 주관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무선통신망인 재난안전통신망을 이용해 국립중앙의료원장과 소통하며 대응을 지시했다.

이 장관은 소방의 상황보고를 들으며 “사상자를 안전하게 이송하고 이 과정에서 소방관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현장에 배치된 지휘 차량에서 영상으로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기관별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이번 훈련은 행안부가 올해 새로 도입한 ‘레디 코리아’(READY Korea)의 첫 훈련이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난, 여러 재난이 겹쳐 발생하는 복합재난 등 새로운 위험에 대한 기관의 준비태세를 점검하고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정부는 행안부를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재난 훈련을 실시, 훈련 결과를 토대로 훈련 방식과 체계를 보완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도 대형 복합재난에 대한 실전적 합동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재난대응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