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전기 아파트서 자체 생산… ‘제로에너지 주택’ 시대 선도[Build Up Korea]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로에너지 5등급 기술이 적용된 경기 화성 남양뉴타운 B11블록은 지붕과 외벽(측면)에 태양광 패널을 시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LH 제공

■ Build Up Korea - 한국토지주택공사 (LH)

3중 유리 등 통해 열손실 막고
태양광 등 활용해 에너지 수급
외부 공급에 대한 의존도 낮춰

에너지 자립률 20~60% 수준
작년 세종 단독 772가구 입주
3·5등급 공동주택 잇단 착공

기후변화의 위험성과 탄소중립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최근 에너지 요금도 오르면서 제로에너지 건축물(ZEB)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단열 및 고효율 에너지 설비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태양광·지열 등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건물이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1++등급 이상)을 높이고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외부 에너지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 같은 제로에너지 주택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LH의 제로에너지 주택은 기존 단독주택 중심에서 올해부터 공동주택으로 전면 확대됐다. LH는 세종 로렌하우스 등 제로에너지 기술이 적용된 단독주택 772가구 입주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에너지 자립률 20∼40%의 제로에너지 5등급이 적용된 경기 화성 남양뉴타운 B11블록 606가구 입주를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3등급(에너지 자립률 60% 이상)이 적용된 세종 6-3 M1블록도 착공했다.

◇LH 공동주택에 제로에너지 기술 전면 적용 = 19일 LH에 따르면, 세종, 경기 오산세교·김포한강 등 LH가 신도시에 조성한 단독주택단지에는 772가구의 제로에너지 주택이 들어섰고 대부분 입주를 마쳤다. 지난해 7월 청약 접수한 로렌하우스 2차(세종·부산 명지)는 일반청약(113가구)에 722명이 몰려 평균 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LH의 로렌하우스는 3중 통유리창을 적용하고, 바닥 지붕 등 외벽 전체를 틈 없이 에워싸는 외단열 공법으로 시공해 냉난방 단열 성능을 강화했다. 회수형 환기장치를 설치해 환기 시 빠져나가는 열 손실도 최소화했다. 한 달간 태양광 패널로 생산하는 에너지는 가구당 태양광 패널 설치량에 따라 144∼380kWh에 이른다. 4인 가구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400kWh 수준임을 고려하면, 전기료 부담이 거의 없는 가구가 나오는 것이다. 세종 로렌하우스(1차)의 경우 순수하게 부담하는 전기료는 가구당 월평균 3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공동주택단지의 경우 지난해부터 제로에너지 주택 시범단지 입주가 시작됐다. 남양뉴타운 B11블록(606가구)이 지난해 11월 말 입주를 시작했고, 공사가 진행 중인 인천 검단(1188가구)과 경기 과천 지식타운(547가구)은 내년 2월 입주한다. LH는 올해 약 7만4000가구에 대한 제로에너지 주택 5등급 예비 인증을 추진한다. 제로에너지 5등급 주택이 LH 공공주택 설계에 전면 적용돼 제로에너지 주택 건설이 본격화한 것이다. LH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5등급 전용면적 84㎡의 경우 전기요금이 월 4만3000원가량 절약될 것으로 추산된다.

◇제로에너지 3등급 공동주택도 착공 = LH는 지난 4월 제로에너지 3등급의 공동주택(행정중심복합도시 6-3생활권 M1블록 행복 238호)도 시범적으로 착공했다. LH에 따르면 단지는 건물의 기본 에너지 소비량을 낮추기 위해 단열강화, 결로방지, 기밀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특히 벽체 단열성능을 기존 제로에너지 주택보다 22% 높이고 창호성능 향상, 결로방지재 적용 등에 집중했다. 또 지붕 및 옆벽에 고효율 태양광 패널을 설계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렸다. 땅속 열을 활용한 냉난방 시설도 반영해 신재생에너지 기술요소를 다변화했다. 이 단지의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비량(50.4kWh/㎡·연)은 현 공동주택 성능 기준(120kWh/㎡·연)보다 58% 강화되고, 에너지 자립률은 6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는 2025년에 이뤄질 예정이다.

◇제로에너지 기술로 임대주택 관리비도 줄여 = LH는 임대주택단지에 친환경 발전 설비를 늘리고 승강기 운행 중에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공용 설비에 쓰이는 전기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단지는 537곳(37만4000가구)이며, 용량은 45.4㎿에 달한다. 이는 임대주택 약 20만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전체 태양광발전 설비를 통해 절감되는 전기요금은 연간 120억 원 수준이다. 또 421개 단지, 4645기의 승강기 운행 중에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연간 약 6억9000만 원 추산)로 변환해 공용부 전기 설비에 사용하고, 약 25만 가구의 조명기구를 LED로 교체해 전기 소비량을 절감(연간 65억1000만 원 추산)하는 등 연간 72억 원을 추가로 절감했다고 LH는 밝혔다.

LH는 에너지 인프라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향후 5년간 소형 열병합발전소 3기 용량의 비상 전기 설비 구축으로 103㎿ 전기를 추가로 자체 생산, 임대주택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소형 열병합발전소 1기(30㎿급)는 13만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H가 지난 6월 공포된 분산에너지(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지역 또는 인근 지역에서 공급하거나 생산하는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사업자 지위를 갖게 되는 경우 전력 시장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고 거래할 수도 있게 된다.

LH 관계자는 “올해 LH 공동주택에는 제로에너지 주택 5등급이 전면 적용되고, 3등급 시범 사업도 추진하는 등 제로에너지 주택 공급이 본격화됐다”며 “미래 기술을 활용한 발열 유리, 외단열, 환기 시스템, 연료 전지 등을 적용해 관리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남 밀양 나노융합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조성 현장. LH 제공

■ 산업단지에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 “탄소배출 26% 절감”

스마트그린 산단 구축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원 취급을 받던 산업단지를 ‘스마트그린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스마트그린 산단은 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고 스마트 인프라를 구축, 산업단지의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디지털화하는 미래형 산업단지다.

LH는 △에너지자립특화 △디지털특화 △친환경특화 등 3개 핵심 전략을 결합해 탄소배출량의 26%를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경남 밀양 나노융합 스마트그린 산단을 구축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LH는 이를 위해 밀양 나노융합 산단에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도입한다. 공장 및 커뮤니티 시설 지붕에 태양광 발전 설비(20㎿)가 설치되고, 단지 내에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15㎿)가 들어선다. 계절별로 발전효율이 달라지는 태양광 발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도입된다. LH는 또 지열을 건물 냉난방 에너지로 활용하고 산업공정이나 전기장치를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LH는 미세먼지 저감 및 산단 유출·유입 방지를 위한 계획도 마련했다.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하고 송전선로 지중화를 통해 녹지 공간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빗물을 모아 조경용이나 청소용으로 재사용하는 빗물이용시설도 짓는다.

LH는 이를 통해 밀양 나노융합 산단은 이산화탄소 배출 26% 감축, 에너지 자립률 1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그린 산단의 3개 특화계획에 포함된 사업은 오는 2030년 완료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지난 5월에는 LH가 경기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첨단산단을 비롯해 전국 14곳의 국가첨단산단 시행자로 지정됐다”며 “국가첨단산단을 조성해 국가전략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산업단지가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단지로 조성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