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소재’ 동박, 세계 1위… 매년 전기차 130만대분 뽑아낸다[초격차 기술, 현장을 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SK넥실리스 직원이 전북 정읍에 있는 동박 공장에서 고객사에 완성된 동박을 출하하기 전 점검을 하고 있다. SK넥실리스 제공

■ 초격차 기술, 현장을 가다 - (3) SK넥실리스, 정읍 동박 공장 가보니

음극집전체에 입히는 핵심소재
얇을수록 배터리 성능 좋아져
총 6개 공장서 연 5.2만t 생산

공장 절반 ‘완전 무인’ 자동화
나머지는 주간만 3명씩 근무

정읍=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지난 18일 오후 전북 정읍의 SK넥실리스 동박(銅薄) 공장. 머리카락보다 얇은 동박이 끊임없이 뽑혀 나오고 있었다. SK넥실리스는 2차전지 핵심 소재로 꼽히는 동박 제조 분야에서 각종 세계 최초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0년 전인 지난 2013년,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6㎛ 두께 동박 양산에 성공했다. 4년 뒤인 2017년엔 최초로 5㎛ 두께의 동박을 양산해냈고, 2021년에는 더 얇은 4㎛ 두께 동박을 30㎞ 길이로 양산했다. 역시 세계 최초 기록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초고강도 U(Ultra Strength) 동박과 원통형 배터리용 고연신(高延伸) V(Value) 동박을 개발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동박 완제품이 말려 있는 모습. SK넥실리스 제공

특히 SK넥실리스의 동박은 롤러 사이에 재료를 통과시켜 만드는 ‘압연(壓延)’이 아닌 금속을 얇게 입히는 ‘도금’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정읍 공장의 동박 생산은 △용해 △제박 △슬리팅(Slitting) △검사·출하 등 크게 4가지 공정을 거친다. 용해 공정에서는 구리선 등 원재료를 녹여 구리 도금액을 만들고 있었다. 우수한 품질의 동박을 만들려면 구리 도금액의 농도 관리와 불순물 제거가 핵심이라고 했다. 김동우 SK넥실리스 동박공정기술개발팀장은 “실시간으로 도금액 농도를 확인·제어하는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며 “배터리 성능저하를 막기 위해 중요한 동박의 물성(物性·인장 강도, 연신율 등)을 조정하는 첨가제 기술력도 SK넥실리스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박기에 구리 용액을 공급하고 전기를 흘려주면 회전하는 드럼 표면에 얇은 구리 막이 생성된다. 이때 드럼의 회전 속도와 전류의 세기 등에 따라 동박 두께가 달라지는데, 동박을 얼마나 얇으면서도 넓고 길게 만들 수 있느냐가 기술력을 좌우한다. 임기영 SK넥실리스 동박생산1팀장은 “얇은 동박에 생기기 쉬운 주름을 제어하는 기술을 가지고 무결점의 제품을 공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공장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3공장에는 현장 근무자가 없었고, 4공장에는 3명만 일하고 있었다. 공정 전반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대신 연구·개발(R&D) 등 고부가 업무에 훨씬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김 동박공정기술개발팀장은 “최신 시스템을 보유한 4공장에 이어 지난 2021년과 지난해 각각 완공된 5·6공장은 업계 최고 수준의 첨단 설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제어실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천장의 자동 크레인이 6t짜리 동박 롤을 무인운반차에 옮겨 싣고, 무인운반차는 이를 다음 공정으로 운반한다.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샘플을 분석실까지 전달하는 작업도 로봇의 몫이다. 서동석 SK넥실리스 ER지원팀장은 “제일 무서운 게 정전이라, 대비를 철저히 해놨다”고 전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 정읍의 SK넥실리스 동박 공장 전경. 총 6개 공장, 업무동, 복지동 등을 갖췄다. SKC 제공

SK넥실리스 모회사인 SKC는 정읍 5·6공장과 같은 최신 설비를 동남아와 유럽, 북미 지역으로 옮겨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첫 해외 생산거점은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로, 연산 5만7000t 규모이며 연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내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5만t 이상 규모의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이외에 북미 공장 투자지역도 검토 중이다. SKC는 국내 공장을 전략,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및 고부가제품 생산 거점으로 삼고, 말레이시아 공장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 시장 공략의 중심으로 만들 예정이다. 폴란드와 북미 공장은 현지 고객사에 맞춰 동박을 생산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는 방침이다.

동박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75만t으로 연평균 약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 세계 동박 시장 점유율은 SKC가 22%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왓슨(19%), 대만의 창춘(18%),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13%)가 그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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