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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계약서 작성하자"며 중고차 판매자 속여
"싸게 팔겠다"는 말에 속은 중고차 딜러가 입금
그 가운데서 수억 원 대금 가로채
중고차 판매자와 딜러를 속여 중간에서 수억 원의 대금을 가로챈 20대 일당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김우정 부장판사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장모(27) 씨에게 최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장 씨와 함께 범행한 김모(27) 씨와 손모(29) 씨도 사기죄로 각각 징역 1년, 징역 10개월이 선고되는 등 일당 11명 중 7명에게 실형이 내려졌다.
장 씨 등은 지난 2021년 3월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올라온 ‘차량을 4000만 원에 팔겠다’는 판매 글을 보고 중고차 사기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글을 올린 판매자에게 전화해 "차량 가격을 그대로 매입하면 세금이 많이 나오니 3500만 원에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이 금액을 입금하겠다. 이후 3500만 원을 다시 반환해주면 원래 약속한 4000만 원을 송금하겠다"고 했다.
차량 주인에게 3500만 원을 입금한 건 이들 일당이 아닌 중고차 딜러였다. 이들은 중고차 딜러에게 "차주의 지인인데 차량을 시세보다 싼 3500만 원에 판다고 한다"는 취지로 말해 판매자의 계좌로 3500만 원을 송금하게 했다. 이후 장 씨 일당은 차량 판매자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약속한 비율로 나눠 가졌다.
이 과정에서 이들 일당은 조직적으로 범행을 꾸몄다. 장 씨는 팀을 관리하며 범행에 사용할 ‘대포 유심’ 전화번호를 제공했고, 김 씨 등은 이를 이용해 차주와 차량 딜러에게 전화해 거짓말을 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포통장 조달과 현금을 인출할 수거책 모집 등을 담당한 일당이 있는가 하면, 인출책이나 체크카드 모집책으로 범행에 가담한 이들도 있었다. 손 씨는 장 씨를 범행에 끌어들이고, 장 씨를 통해 범행을 지휘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장 씨는 피해자 16명으로부터 4억 원 이상을 가로챘고, 김 씨의 범행으로는 7명이 2억7000만 원의 피해를 봤다. 다른 일당 5명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받아 챙겼다.
재판부는 "이 사건처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범행은 주모자뿐 아니라 실행 행위를 분담하는 공범들의 유기적 협력에 따라 행해지므로 피고인들이 일부 역할만 실행했다고 하더라도 그 죄책을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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