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연속 혈세 100조 받아쓰고도… 공공기관 부채 증가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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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병 드는 공기업

올 정부 순지원 111조 역대 최대
국민연금 등 준정부기관에 45조
공공기관 부채 2018년 500조서
작년 670조로 급증… 재무 악화
시장원리 맞는 공공요금 인상 시급

사상 처음으로 전체 공공기관(362곳)에 들어간 세금이 2년 연속(2022∼2023년) 1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11일 추산됐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탈원전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비과학적이고 방만한 국정과제에 공공기관이 동원되는 바람에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111조70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지만,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시장원리에 맞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과 기관별 기능조정을 통한 효율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순지원액은 결산 기준 109조2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 순지원은 정부 예산과 기금운용계획을 통해 공공기관에 직접 교부되는 금액으로, 올해도 예산 기준으로 111조70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예정이다. 정부 순지원액은 2019년 75조7000억 원, 2020년 94조6000억, 2021년 99조9000억 원으로 해마다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올해 순지원액 중 국민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에 45조7000억 원(42%)이 지급된다. 기관별로 보면 순지원액 규모가 가장 큰 기관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수익률(-8.22%)을 기록한 국민연금공단으로, 기관수입의 99.99%인 37조1314억 원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이는 2018년(21조4390억 원) 대비 73.19% 증가한 수치다.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13조8057억 원), 공무원연금공단(5조6532억9600만 원), 한국장학재단(5조2525억7300만 원) 순으로 많았다.

정부가 혈세를 쏟아붓고 있으나 공공기관의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다.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2018년 500조7000억 원, 2019년 524조2000억 원, 2020년 540조6000억 원, 2021년 582조4000억 원을 거쳐 지난해는 670조 원에 이르렀다. 부채 비율도 2018년 155.7%에서 지난해 174.3%로 크게 뛰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빌미로 공공기관 임직원 수를 크게 늘린 데다 전기·가스·철도·도로 등 공공요금의 인상을 부당하게 틀어막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공공기관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1조4000억 원 규모의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했고, 1만 명가량의 정원을 감축했다. 주무부처인 기재부도 공공정책국 산하 윤리경영과는 ‘공공윤리정책과’로, 공공혁신과는 ‘공공혁신기획과’로 변경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해 내년 9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 등의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쌓인 만큼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서둘러 인상하는 등 공공요금 현실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점을 고려하면 자산 매각 등 자구책으로는 막대한 적자를 해소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