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50년 지난 생존작가 작품, 해외전시·매매 가능

문화재보호법 개정안 입법예고

제작한 지 50년이 지난 작품이어도 작가가 생존해 있다면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해외에 반출·매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문화재청은 30일 생존작가의 작품을 ‘일반동산문화재’에서 제외해 자유로운 국외 반출이 가능하도록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일부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제작된 지 50년 이상으로 상태가 양호하며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은 ‘일반동산문화재’로 취급돼 국외 반출이 금지된다. 국외 전시 등 국제 문화교류의 목적에 한해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반출 또는 수출이 가능하다. 미술계에선 이 때문에 해외 아트페어 참가 등이 제한된다며 규제 완화를 요청해왔다.

시행령 개정은 일반동산문화재 기준을 규정한 시행령 36조에 “생존 인의 작품은 제외한다”는 문항을 신설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 유형문화재과의 김범준 주무관은 “문화유산의 국외 활용기반을 넓히기 위한 제도 완화 과정 중 하나의 조치”라며 “포괄적인 제도 완화를 위한 연구용역 결과가 연말쯤 나올 예정이다. 결과를 반영해 내년쯤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술계는 환영하면서도 더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센터 대표(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생존 작가의 작품만 예외로 할 것이 아니라 문화재 지정기준을 제작한 지 70년 이후로 고치고 해외처럼 감정을 통한 가격으로 제한을 둬야 한다. 더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 29일까지 시행령 개정에 대한 국민 의견을 받은 뒤 법제처 심사를 거칠 계획이다.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개정안은 2024년부터 시행된다.

박세희·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