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사회,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 24년 정보화교육 열정[고맙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인기(강단에 서 있는 이) 디지털배움터 강사는 정보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인들에게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 준다.

■ 고맙습니다 - 장인기 은평구 디지털배움터 강사

옛 직장 동료들과 산행 후 오랜만에 단골식당을 들렀다. 분위기가 낯설었다. 탁자마다 달린 ‘키오스크(무인 자동 주문기)’로 메뉴를 주문해서다. 내가 호기롭게 나섰으나 몇 번이고 화면이 리셋돼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허둥대는 우리를 보고 주인장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는 “코로나19로 손님이 확 줄었는데 종업원들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고민 끝에 탁자마다 키오스크를 달았다”며 “인건비와 종업원의 잦은 이직 등과 비교하면 키오스크의 효용이 훨씬 높다”고 했다. 식당 15년 만에 가장 잘한 일이라며 만족해했다.

반면에 우리는 식당을 나갈 때까지 종업원과 대화는커녕 눈을 마주칠 일도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나홀로’ 해야만 하는 게 늘어난다. 대형마트의 자율계산대, 빨래방, 프린트 복사점 등의 키오스크, 열차나 극장 예매 및 택시 부르기, 송금, 여행 숙소 예약 등….

우리나라는 1993년부터 매년 ‘노인의 날’(10월 2일)에 100세를 맞은 노인에게 장수 지팡이로도 불리는 ‘청려장(靑藜杖)’을 증정한다. 청려장을 선물 받는 노인은 해마다 늘고 있다. 행사 시작 20년 만인 2013년 1000명을 처음 넘어 1264명이었고, 2021년에는 2013명으로 2000명을 넘겼다. 지난해엔 2398명이 청려장을 받았다. 10년 사이 2배 이상이 됐다.

나이 먹은 것을 자랑할 것도, 행세할 일도 아니다. 온통 PC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으로 급변하는 장수 시대에 별일 없이 곱고, 가지런하게 늙기가 힘들다. 정년퇴직하고 10여 년이 훌쩍 지난 나는 손 안의 컴퓨터가 된 스마트폰이 애물단지다. 사용법을 알려고 하지 않으니 전화, 문자, 인터넷 검색, 대화방, 사진 정도만 이용한다.

얼마 전 통 크게 혼자 이것저것 눌렀다가 작동이 되지 않고 화면이 이상해 대리점을 찾았더니 역시나 “딱 기기 교체할 때가 됐다는 신호이니 유념하시죠”라고만 반복하지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끝까지 대리점 낚시에 걸리지 않으니 두 직원이 합세하여 내게 “서비스센터로 가서 손봐야 하는 중병입니다”고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거듭 교체를 권한다. 내 스마트폰은 사위 손을 거친 후에야 제대로 됐다. 지하철이 처음 운행될 때 누구는 개찰구에 주민등록증을 댔다던가. 나는 양변기 물탱크를 안고 앉았었다.

이런 눈썰미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심하다가 구청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정보화교실, 디지털배움터를 찾았다.

PC와 스마트폰, 프레젠테이션 등 3분야를 요일별로 오전, 오후 세분하여 강사 한 분과 보조강사 두 분이 수강생 모두를 “우리 선생님!” 하면서 살뜰하게 가르친다. 한 반이 20∼30명, 여성이 많으며 연령은 60∼70대, 간혹 80대도 보인다. 우선 급한 게 스마트폰이다. 앱은 물론 와이파이, 블루투스, 모바일데이터 개념이 무엇인지, 왜 화면이 금방 꺼지는지, 사진 촬영과 화면 캡처…? 내 책상 위 PC도 문서작성과 메일 송수신 외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프레젠테이션은 오죽하겠는가.

정보화교육 강사로 24년째 활동하고 있는 서울 은평구 디지털배움터의 장인기 강사님은 화장실 가는 것은 물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도 못 봤다. 줄곧 서서 열정적으로 이렇게 강의한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컴퓨터 모니터 속에서 생활합니다. 정보기술(IT) 기기는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립니다. 배운 걸 금방 잊더라도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요. 다시 듣는 다음 달에는 좀 수월합니다.” 강사님은 주말마다 재활병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1대 1 개인 교습도 꾸준히 한다. 고마운 마음을 여기 이렇게 적어서 전하고 싶다.

노청한(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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