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기금 집행 ‘지지부진’… 기초지자체 20곳 사실상 ‘0원’

시설사업 편중 행정절차만 1년
기초기금 집행률 18.8% 불과

“정부-지자체 기금 사용 엇박자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에 연 1조 원씩 총 10조 원을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시설 확충 사업에 편중되는 바람에 집행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행률이 낮은 것은 1년 이상 걸리는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성과를 낸 지역에 더 많은 기금을 주고 집행실적을 평가 기준에 추가하겠다는 대책을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나라살림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된 7477억 원의 기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말(6월 30일) 기준 집행금액은 2809억 원으로 집행률이 37.5%로 나타났다. 서울·세종을 제외한 15개 광역 지자체에 배분하는 광역기금은 1871억 원 가운데 1752억 원이 집행(93.6%)된 반면 인구감소지역(89개)과 관심지역(18개) 기초지자체에 차등 지원하는 기초기금은 5606억 원 가운데 1057억 원만 사용돼 집행률이 18.8%에 그쳤다. 특히 기금 집행액이 0원인 기초지자체가 11곳, 집행실적은 있으나 0%대 집행률을 보이고 있는 기초지자체도 9곳에 달했다. 집행률이 50%를 넘긴 곳은 107개 기초지자체 중 13곳에 불과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현금성 지원을 할 수 없어 대부분 시설건립 사업으로 추진돼 행정절차를 거치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2022년 지방소멸대응기금 60억 원을 배분받아 청년창업센터 등 4개 사업을 추진 중인 전남 구례군은 지금까지 6900만 원을 집행해 집행률이 1.20%에 불과하다. 2022년 기금이 지난해 10월 확정돼 사실상 사업이 올해부터 추진된 데다 투·융자 심사, 건축 심의 등을 거치다 보니 이제 설계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정부에서 돈을 얼마나 썼느냐에 너무 주목하게 되면 사업 추진과는 무관하게 민간 위탁을 통한 꼼수 집행 등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시설건립 사업에만 쏠리는 것도 문제가 있고 기금 사용을 촉진하는 것은 맞지만 보완장치 없이 집행률 위주로 평가하는 것도 다소 적정치 않다는 평가가 전국 지자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인구가 주는데 기금 대부분이 시설건립 사업에 집중돼 정책 목표와 수단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