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독일·프랑스, 최태원은 중국·일본… 반도체 수장이 뛴다

■ 글로벌 행보로 ‘주도권 확보’

이재용, 독일 광학기업 자이스 방문
ASML과 3각 협력방안 등 논의

최태원, 베이징 정책간담회 참여
내달 도쿄선 ‘경제공동체’ 연설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세계 경제안보의 첨예한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 기업 수장들이 광폭의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 간의 패권 경쟁을 넘어 진영 간의 대결 구도로 치닫는 기술 전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선 합종연횡과 강력한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젠슨 황 CEO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8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날 오전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와 한·중 경제협력 확대방안을 주제로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최 회장은 방중 기간 한·중 고위급 경제인사 대화를 진행하고 한·중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연구 내용을 중국 측과 공유할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국 비즈니스 서밋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CCIEE는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로서 중국 내 각 업계 최대의 국영·민간 기업들을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외 경제 이슈 연구, 국제 교류와 컨설팅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5월 중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국·일본 간 경제협력을 위한 기조연설에 나선다. 최 회장은 지난해 한국과 일본이 경제블록을 형성하는 한·일 경제협력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대한상의 측은 “최 회장은 이번 방중·방일을 계기로 한국·일본·중국 간 민간 경제협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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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현재 유럽 출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출국, 독일과 이탈리아를 거쳐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정관계 고위 인사 면담, 비즈니스 회동, 주재원 간담회 및 현재 시장 점검 등 일정을 소화 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엔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CEO를 만났다. 이번 만남엔 지난 25일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기업 ASML의 CEO로 취임한 크리스토프 푸케 CEO가 업무 개시 하루 만에 독일로 날라와 자연스럽게 3각 협력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이스는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랫 동안 세계적인 수준의 글로벌 인맥을 쌓아온 이 회장이 분초를 다투는 반도체 기술 전쟁 속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