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가주의’ 본격화… 기술 종속땐 경제·안보까지 타격 [문화산업포럼 2024]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문화산업포럼 2024… 내달4일 서울 FKI타워 개최

韓, 기술발전 소외된 게 현실… 정부 차원 대응 절실

1세션- 초거대 인공지능과 다가올 미래

국내기업들, 빅테크 AI 사용시
기술 노하우 등 유출 될 가능성

韓‘민·관·학’느슨한 연계 문제
데이터수집 파이프라인도 늦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소수 빅테크를 중심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계 각국이 AI 주권을 지키려는 ‘AI 국가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AI가 기술과 일자리, 교육, 문화 등 전방위적 영역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되자 자본을 갖춘 영국·프랑스·독일·인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은 지난해 총 40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나섰다.

반면 정보기술(IT) 혁명을 선도해온 한국의 경우 AI 개발 후발주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는 6월 4일 개최되는 ‘문화산업포럼 2024’에서 1세션 패널토론을 맡은 미래 전문가(주재걸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교수·이문태 LG AI연구원 어드밴스드 머신러닝 랩장)들도 소수 빅테크로부터의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한 우리 정부 차원의 대응이 부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AI 주도권을 국가 통제를 벗어난 해외 기업에 뺏긴다면 경제나 안보에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 교수는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도화되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은 미국 소수 빅테크 기업의 전유물이 돼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기술 발전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미국 중심으로 AI 기술 의존성이 심화하게 되면 한국은 미국의 의사결정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 경우 국내 핵심 산업계 전반에서 (소수 빅테크의) AI를 사용할 시 해당 산업의 기술 노하우를 비롯해 다양한 데이터 등이 유출될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견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국어 시장을 겨냥한 AI 개발이 한창이지만, 기술 종속을 타개할 정도의 정부 투자는 미흡하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학 연결고리가 느슨하다는 점도 핵심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 교수는 “AI 거대언어모델(LLM)을 비롯해 이미지·음성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아우르는 거대멀티모달모델(LMM) 등을 학습시키기 위해선 높은 사양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확보 및 운영에 있어 큰 비용을 필요로 한다”며 “한국의 경우 미국과 비교해 금전적 투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대규모 모델은 끊임없이 새로운 학습 과정이 필요하지만, 국내외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정제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구축도 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AI 기술 개발·활용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에 대한 국제 거버넌스 합의 논의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랩장은 “초거대 AI 기술은 필연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국제 협력 및 공동 이익 추구’라는 두 가지 중대한 목표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동의 가치와 목표 설정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거대 AI 기술 발전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라며 “저작권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하고, 법적 리스크 없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윤리적 모델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기술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AI, 95%이상 美문서로 학습… 자주적 AI 개발해야”

■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단순 텍스트 이상 규율·윤리…
美가치관 담겨‘문화종속’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소수 빅테크 중심으로의 초거대 인공지능(AI) 개발 여파가 국가 간 기술 종속을 넘어 ‘문화 종속’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는 6월 4일 개최되는 ‘문화산업포럼 2024’에서 1세션 ‘초거대 인공지능과 다가올 미래’ 강연을 맡은 하정우(사진)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27일 통화에서 “AI는 프리트레이닝(Pre-Training·사전학습) 모델에 따라 큰 특성이 좌우되는데, 현재 학습데이터 95% 이상이 미국의 인터넷 문서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이 데이터에는 단순 텍스트 이상의 정치·사회제도, 사회규율, 윤리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는데 결국 미국 가치관과 사고관 관점에서 학습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식의 우가 번복될 수 있다”며 “현재의 AI는 한국말을 엄청 잘하는 뼛속까지 미국인, 즉 ‘검은 머리 외국인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센터장은 이 같은 오류 발생 가능성을 핵심 문제로 삼으면서 ‘소버린(자주적인) AI’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오류를 사후조치하는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중동·유럽 국가에서도 정상들이 소버린 AI 개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우리의 논의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의 소버린 AI는 네이버 등이 2021년쯤부터 기업의 경쟁력, 비즈니스 관점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판단해 개발을 추진해온 수준”이라며 “초거대 AI가 군비 경쟁 이상으로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제는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해 개발에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