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 중국, 코카인 - 남미, 필로폰 - 동남아시아… 주산지서 전 세계로 불법유통 ‘활개’[Global Window]

■ Global Window

펜타닐 원료, 中생산후 멕시코로
비밀공장서 알약형태로 美 넘겨
코카인, 阿·유럽 등 신시장 형성

합법화 논란이 일고 있는 마리화나(대마초)와 달리 불법 마약으로 분류된 코카인과 펜타닐,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등은 각국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유통망이 좀처럼 무너지지 않고 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좀비 마약’이라 불리며 미국 등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펜타닐의 경우 중국에서 대부분의 원료가 제조된다. 중국에서 생산된 펜타닐 원료는 국제 우편·탁송 형태로 멕시코로 불법 유통된다. 이후 펜타닐 원료는 멕시코에 위치한 비밀 공장에서 알약 등의 형태로 완성돼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가게 된다. 펜타닐 원료를 정제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멕시코 비밀 공장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에 의해 소유·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DEA는 중국에서 제조된 펜타닐 원료가 멕시코뿐 아니라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불법 유통되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 펜타닐 원료는 미국으로 직접 유통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코카나무 잎사귀에서 추출된 원료를 정제해 만들어지는 마약인 코카인은 주로 남미 국가인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에서 생산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3개 국가에서 재배되는 코카나무의 60% 이상이 콜롬비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코카인은 펜타닐과 마찬가지로 멕시코로 불법 유통된 후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도착한다. 이외에도 코카인은 브라질, 수리남 등 인접 남미 국가들을 거쳐 미국과 유럽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UNODC는 전통적으로 코카인 최대 시장은 미국과 중·서부 유럽이었으나, 최근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동부 유럽으로도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히로뽕(필로폰)이라고도 불리는 약물인 메스암페타민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생산돼 전 세계로 유통된다. 메스암페타민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이 만나는 ‘황금 삼각형’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미얀마에서 발생한 쿠데타 이후 심각한 정치적 불안을 겪어온 해당 지역은 전통적으로 아편을 재배하고 이를 헤로인으로 정제하는 실험실이 위치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AP통신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메스암페타민이 가장 널리 유통되는 동아시아·동남아에서 190t가량의 메스암페타민이 압류됐으며, 이 중 89%가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