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오늘 이사회서 ‘아시아나 화물 매각안’ 의결

우선협상자로 에어인천 선정
미국 기업결합 승인 ‘청신호’

대한항공이 17일 이사회를 열고 에어인천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안을 의결했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월 독과점 문제를 앞세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는 등의 조건으로 양 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화물사업부 매각이 해결되면서 양 사의 기업 결합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우선협상대상자에는 국내 유일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이 선정됐다. 이번 입찰은 에어인천과 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 3파전으로 진행됐다. 에어인천은 본입찰에서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가시화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 작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EC는 대한항공이 일부 유럽 노선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두 항공사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했는데, 이번 매각으로 화물사업의 독과점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되면서 EU의 기업결합 최종 승인 가능성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EC 최종 승인뿐 아니라 오는 10월쯤 예상되는 미국의 기업결합 승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국 중 마지막으로 미국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린 합병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으며 10월 안으로 미국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심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에어인천은 단숨에 대한항공에 이어 국내 2위 화물사업자로 도약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기준 19.4%로 대한항공(45.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에어인천은 중국과 동남아를 오가는 중·단거리 화물기가 주력이다. 지난해 매출은 707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놓고 경쟁한 에어프레미아나 이스타항공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화물전용 항공사로서의 전문성을 내세운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