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위해 ‘밥그릇 싸움한다’는 이상한 논리[현장에서]

■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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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의협) 총궐기대회에서 자주 들렸던 단어는 ‘국민’이다. 대표적 발언은 이랬다. “잘못된 의료 환경에서 피해 볼 환자와 국민을 위한 밥그릇 싸움이다.” “국민은 의사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를 비판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우리 모두 환자를 위해 여기 모였다”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최종 피해자는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란 발언도 나왔다. 하나같이 국민을 내세워 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주요 병의원들이 전면 휴진한 이날 환자들은 갈 곳을 잃었다. 밤새 앓은 아이를 안은 아빠는 닫힌 소아과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신장기형을 앓는 아이는 진료가 연기돼 정기검진을 받지도 못했다. 의사들이 자신들이 돌봐야 할 환자 곁을 떠나 길거리로 나선 탓이다. 한 췌장암 환자는 “의사들은 자신이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울먹였다.

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은 상황에서 의협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환자를 내버려둔 채 ‘국민을 위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공감할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경각의 위기에 있는 환자들에게 의사들의 이런 발언은 절망만을 깊게 할 뿐이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휴진 여파로 이날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진 전신 마취 수술이 76건으로 전주에 견줘 반 토막 났다는 통계를 공개했다. 휴진 여파가 컸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의사들이 자신의 본분인 수술을 많이 했다는 게 아니라 줄었다는 통계를 내놓은 건 직업 윤리상 바람직하지 않다. 의사의 직업적 가치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집회 현장에서 한 의협 회원은 “의료 전체가 멈추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투쟁해야 한다”고 극언했다. 환자 입장에선 무섭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의협이 환자 곁을 지키면서 목소리를 냈다면 국민들은 의사들 주장에 더 귀 기울이지 않았을까?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