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새술막, 재밌는 이야기의 원천[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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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중국의 사신들이 오가던 파주시 광탄면 신산리의 의주대로 위에 새술막이라는 마을이 있다. 2010년대 필자가 조사차 방문했을 때도 버스 정거장의 이름이 새술막이었고, 정거장 옆의 음식점 이름 또한 너무나 예쁜 ‘새술막 동태랑대구’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주막(酒幕)이라고 말하던 것의 원래 이름이 술막임을 알려주는 지명으로, ‘새로 생긴 술막’이라는 의미다.

한자로는 新(새 신)과 炭(숯 탄)의 뜻과 원래 한자였던 幕(막 막)을 합해 新炭幕이라 표기했다. 그런데 술과 비슷한 소리의 숯을 의미하는 炭을 한자 표기에 사용한 것 때문에 실제 유래와 다른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져 인터넷 등에서 떠돌고 있다.

“새술막은 이곳에 주막거리가 형성되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참나무 숯을 구워 팔던 곳이어서 ‘새숯막’ 또는 한자로 新炭幕이라 불리던 것이 발음이 변형돼 ‘새술막’이 되었다고도 한다. 숯을 거래하던 장이 있으니 당연히 주막도 있었을 터이니 두 이야기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선조가 경복궁을 나선 1592년 4월 29일, 선조 일행은 저녁 늦게 이곳을 지나게 된다. 당시 쌍불현을 넘을 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이쯤에 이르러서는 장대비로 바뀌어 있었다. 할 수 없이 선조 일행은 어가를 잠시 멈추고 저녁을 해먹으려고 하는데 장작이 비에 젖어 불이 붙지 않았다. 그래서 주막에서 아껴 쓰던 참나무 숯을 지펴 밥도 짓고 젖은 몸과 옷을 말릴 수 있었다. 이때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선조가 ‘이런 숯은 처음 본다’고 하였다. 이 말 때문에 지명이 ‘처음 보는 숯’이라는 의미의 신탄이 되었고, 그 후 신탄과 주막이 합쳐져 ‘신탄막’ ‘새숯막’ ‘새술막’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야기를 읽으면 그럴듯하지만, 지명의 유래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다만,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만들어진 재밌는 이야기의 가치까지 낮게 볼 필요는 없다. 이 또한 우리 역사의 소중한 자산이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