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배터리 ‘관리 사각’… 일반화학물질 분류돼 별도 매뉴얼도 없어

금속화재는 화재유형 분류안돼
고온 노출·수증기 접촉땐 ‘최악’
폭발전 가스감지·차단장치 미비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화성=박성훈 기자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 1차전지 제조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순식간에 대규모 참사로 이어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리튬 배터리가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법상 리튬 전지 등에 의한 ‘금속 화재’를 조기 진화하기 위한 전용 소화기조차 개발할 수 없는 데다, 제조업체엔 차단·경보 시설도 거의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공장에서 생산하던 리튬 배터리 한 개에서부터 시작돼 주변의 다른 배터리로 옮겨붙으면서 연쇄적으로 폭발, 대규모 사상자를 초래했다. 이 업체는 군용이나 산업용 리튬 전지를 생산, 주로 중동 지역에 수출하던 곳이다. 리튬 배터리는 대부분 한 번 사용하면 재충전하지 않고 폐기하는 1차전지로, 충전을 거듭하며 계속 사용하는 2차전지와 달리 화재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별도의 안전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볼 수 있듯 고온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하면서 최악의 참사를 빚을 수 있다.

특히 리튬 등 가연성 금속에서부터 발생, 백색 섬광이 발생하는 금속 화재는 진압된 것처럼 보여도 10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데다, 물이 아닌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로 진화해야 해 불을 끄기도 쉽지 않다. 금속 화재가 소방법상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전용 소화기를 개발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술기준’에서 화재가 일반·유류·전기·주방화재 등으로 분류돼 있지만, 금속 화재는 별도의 기준이 없어 소화기를 개발해도 기준에 맞출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태 가천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리튬은 폭발 전조 현상으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여러 가지 가스가 나오는데, 이후 폭발까지 이어지는 건 한순간”이라며 “이 가스를 감지해 경보를 울리거나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돼야 하는데 이런 시설을 갖춘 제조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스가 나올 경우 리튬이 보관된 곳에 산소 공급이 차단되는 식의 조치가 있으면 ‘열 폭주(thermal runaway)’까지 가지 않고 폭발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