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교육의 힘’으로 일어나… 해외아동 지원사업 확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지난 12일 르완다 은고마주의 한 가정집을 방문해 초록우산이 설립한 영유아센터에 다니는 아동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아프리카 아동 생활환경 열악
교육은 우리가 잘할거라 생각

한해 모금액 2000억원 넘어
해외비중 10%→50% 키울것

개도국은 디지털 교육에 초점
阿엔 영유아 교육 인프라 구축

은고마주 =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취임 후 처음으로 아프리카 아동지원 사업 현장을 찾은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지난 12일 방문한 곳은 르완다 은고마주 시에르와 마을에 위치한 작은 흙집. 그곳에는 초록우산이 설립한 영유아센터에 다니는 마라이카 올리비아(5)와 아이지비요세 차피(3)가 살고 있었다. “니트와 황(제 이름은 황)”이라고 밝힌 황 회장이 아이들에게 이름을 묻자, 신체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올리비아는 미소로 답했고 차피는 수줍게 이름을 밝혔다.

엄마 우아니리기라 플라시디(36)는 “장애 때문에 집에서 누워만 지내던 올리비아가 영유아센터를 다니며 또래들로부터 다양한 자극을 받은 후에는 몇 걸음 걸을 수도 있게 되고 단어 비슷한 것도 흉내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황 회장은 “아프리카 사업 현장에 와 보니 해외 아동을 위해 교육지원을 확대하는 재단의 사업 방향이 옳다는 데 다시 한 번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전체 10% 수준이었던 해외 사업 비중을 궁극적으로는 절반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초록우산은 올해 가까운 아시아 국가인 캄보디아에 해외사무소를 개소한 데 이어 아프리카 지역에도 해외사무소 개소를 검토하는 중이다.

―회장 취임 후 아프리카의 아동지원사업 현장 방문은 처음이다

“같은 하늘 아래 사는데 한두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생활하고 교육받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국가 전체적인 거버넌스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아이들 교육 지원만큼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도 1950∼1960년대 교육의 힘으로 일어선 사람들이 산업 발전의 주역이 되면서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도 교육을 지원하는 게 가장 옳은 방법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초록우산 역시 1948년 미국기독교아동복리회(CCF) 지원으로 출발해 성장한 단체인 만큼 그동안 받은 도움을 국제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도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르완다 은고마주의 한 가정집에 마련된 어린이집에 지난 12일 2∼4세 아동들이 모여 보육 교사인 학부모로부터 숫자를 배우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초록우산은 대표적인 국내 아동복지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해외 사업은 어떻게 진행해왔나

“초록우산은 한 해 모금액이 2000억 원이 넘는 기관으로, 그동안 역량의 90%를 국내 아동을 돕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국내 아동을 가장 많이, 가장 잘 돕는 기관이라는 정체성은 분명히 자리잡혀 있다. 국내 사업에 역점을 두느라 다양한 해외 사업을 시도해왔음에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지나지 않았다. 마음 한편에 해외 사업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동복지지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초록우산이 해외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5년 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 지원 때로, 2002년 국제어린이재단연맹 가입과 2007년 아프리카지원 사업 시작 등을 거쳐 성장해왔다. 현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31개국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디지털 교육, 인재양성, 영유아교육, 아동보호체계구축, 온라인 세이프티를 국제사업 중점 분야로 선정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사업 확장을 어렵게 했던 요인들도 취임 후 개선했다던데

“취임하자마자 첫 번째로 바꾼 것이 초록우산이 속한 국제어린이재단연맹의 ‘한 국가, 한 단체(one country, one member)’ 정책이다. 하나의 국가에 한 개 비영리단체(NGO)만 가서 도울 수 있도록 했던 정책이 오랜 기간 지속됐는데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끝에 지난해 5월 바뀌었다. 현재 초록우산이 어느 나라든지 원하면 지원할 수 있는 길은 열린 상태다. 동시에 국내적 장벽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법인의 해외 사업 운영에 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해외사무소 설치에도 제약이 있었다. 취임 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률 및 지침을 검토하다 보니 사회복지법인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추천이 있으면 해외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절차를 밟아 올해 첫 해외사무소를 캄보디아에 냈다.”

―해외 사업을 어느 정도로 확대해 나가는 게 목표인가

“궁극적으로는 초록우산의 아동복지사업을 국내에 절반, 해외에 나머지 절반 비중으로 추진해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해외에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해 초록우산의 정체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역적으로는 아시아하고 아프리카 두 곳에 집중하려고 한다. 아프리카의 경우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여전히 교육, 보건과 같은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아동보호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영유아 및 기초교육 사업 등에 두고 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에는 디지털 교육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 관련 기관에 디지털 교육 자재를 제공하고 아이들에게 활용능력을 교육하는 것 등이다. 지역을 초월해 진행하는 사업으로는 온라인 세이프티가 있다. 사이버 괴롭힘, 딥페이크 활용 성범죄 등 온라인상 각종 위협 행위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정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모습. 초록우산 제공

―이번 르완다 방문을 계기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사업 구상이 더 구체화됐을 것 같다

“아프리카의 경우 우선 르완다, 탄자니아, 케냐 세 나라를 집중 지원하려고 한다. 올해 아시아 지역에 해외사무소를 연 데 이어 아프리카 지역에도 개소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 중 어떤 국가에 어떤 식으로 설립할지는 좀 더 고민해보려고 한다. 특히 르완다의 경우에는 2016년부터 영유아 교육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비중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영유아센터 8곳, 가정어린이집 113곳을 설치했다. 재단의 아프리카 5개년 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영유아센터 15곳, 가정어린이집 250곳을 설치해 매년 약 1만 명의 아동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번에 국내 후원자들도 함께 르완다에 왔는데 어린아이까지 물을 뜨러 다니는 게 생활의 주 업무인 상황을 직접 보고 관정사업을 해야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소요되는 공사비용과 절차 등에 대해 내부적인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과제는

“사람들이 해외아동을 돕는 기관을 떠올렸을 때 초록우산을 먼저 생각나게 하는 게 과제다. 국내에서는 가족 돌봄아동처럼 사회적인 어젠다를 던질 수 있는 사업을 필두로 이끌어가면서,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모금 규모도 키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숙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정어린이집에서 간식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초록우산 제공

현지 가정서 부모가 교사로 활동… 초록우산, 식단·장난감 제작법 등 전달

■ 르완다 가정어린이집은

지난 12일 방문한 르완다 은고마주 냐무가리 마을의 한 가정집 거실. 20㎡ 크기의 거실에는 파란색 반팔 셔츠와 초록색 하의를 입은 2∼4세 아동 21명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이곳의 집 주인인 나힘마나 자넷(44)은 올해 3살이 된 아들을 위해 거실, 화장실, 부엌 등 5개의 공간 중 하나를 어린이집 공간으로 제공했다. 바닥에는 다른 아동 부모들이 손수 만들어준 공과 나뭇가지 자동차 등의 교구들이 가지런히 놓인 상태였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매주 평일 오전 7시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시간을 보낸다.

르완다에서는 영유아센터 외에도 가정어린이집에서 영유아들을 돌본다. 4∼6세 아동을 보다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영유아센터 건립은 르완다의 영유아 교육 확충을 위한 최우선 과제지만, 설립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탓에 대안적 돌봄 체제인 가정어린이집도 병행해 운영되고 있다. 대개 100명 이상의 영유아를 수용해야 하는 영유아센터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부지 물색부터 건물 설립, 교육과정 편성과 교사 배치까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가정어린이집은 비교적 설립과 운영이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가정어린이집이 영유아센터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정부가 직접 설립, 운영하지 않고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가정어린이집은 1∼6세를 대상으로 하며 대개 가정집의 한 공간이나 마을회관, 교회 등을 빌려 활용한다. 커리큘럼이나 교구 등은 초록우산과 같은 비영리단체(NGO)들이 지원하거나 마을 주민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가정어린이집의 특징 중 하나는 부모들이 보수를 받지 않고 돌아가며 보육교사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냐무가리 마을의 가정어린이집에서도 부모들이 3∼5명씩 짝을 지어 교사그룹을 형성해 돌아가며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집의 한 공간을 어린이집으로 빌려주는 가정엔 화장실 보수, 장난감 및 교구 제공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보육하기 전 NGO로부터 부모교육을 받게 되는데 아이들에게 적절한 영양소를 제공하는 법에서부터 장난감 만드는 법까지 다양하게 배운다.

아이들이 제공받는 돌봄 시간도 보육 교사인 학부모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냐무가리 마을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이 등원하면 가장 먼저 놀이기구 정리법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태도 등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후에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활동, 블록 등을 활용한 조립 활동 등을 하며 학부모인 보육교사의 지도 아래 시간을 보낸다. 어린이집에서 간단한 오전 간식을 먹은 아이들은 책 읽기 시간을 가지고 점심시간 즈음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초록우산은 지난 2016년부터 르완다에 8개 영유아센터 외에도 113개의 가정어린이집 구축을 지원해왔다. 르완다 정부는 마을마다 3개의 가정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8일 냐비후주 청사에서 만난 심펜즈웨 파스칼(50) 냐비후주 사회부시장은 “영유아센터 건립이 최우선의 목표지만, 현재 여건에서 지역사회 영유아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가정어린이집을 늘리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