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만 먹고 싶은 빗물받이… 쓰레기는 사양할래요[도시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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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사진·글=문호남 기자 moonhn@munhwa.com

‘나는 빗물만 먹고 싶어요∼.’

서울 양천구의 한 도로변 빗물받이 위에 붙은 문구가 눈에 띈다.

빗물받이 위치 알림판으로 주변 쓰레기 무단 투기 예방을 위해 붙여졌다.

담배꽁초와 낙엽 등 각종 쓰레기로 바람 잘 날 없는 빗물받이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하다.

빗물받이는 강우 시 발생하는 빗물을 모아 하수관으로 흘려보내는 구조물이다.

쓰레기로 빗물받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심각한 침수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지난 2022년 8월 여름, 서울 강남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당시 꽉 막힌 빗물받이가 물난리를 키웠다.

신속한 배수를 위해서는 빗물받이 위치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쓰레기가 쌓인 빗물받이는 눈에 띄지 않아 배수 작업 시 어려움이 있다.

알림판 설치로 빗물받이를 보다 쉽게 찾을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지난 한 주 사이에만 75년 만의 6월 폭염,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 거센 장맛비가 한꺼번에 관측됐다.

앞으로 더 극단적인 날씨가 찾아올 수 있다.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도로 곳곳에 있는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빗물받이 알림판 설치와 함께 쓰레기 무단 투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따라오기를 바란다.

■ 촬영노트

2022년 8월 8일 논현역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던 길이 생각난다. 거센 빗속에서 맨홀 뚜껑과 빗물받이가 춤을 추듯 들썩였다. 역류한 물은 어느새 무릎까지 차올랐다. 거리에는 악취가 가득했고 온갖 쓰레기가 물에 둥둥 떠다녔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집에서 찝찝한 몸을 씻고 또 씻었다. 그날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