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사이다보다 생수같은 정치…대세와 싸우는 파이터 될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달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 국제금융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치 대세는 파이터·‘싸움의 기술’이 유일 덕목…덕성 상실의 시대"
"경제도 정치도 얼어붙은 겨울…봄소식 알리는 얼음새꽃 같은 정치하겠다"


민선 8기 2주년을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이 ‘팬덤 정치’, ‘편가르기 언어’로 얼룩진 한국 정치 현실을 비판하며 사이다보다 생수 같은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라며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때리고, 그 과정에서 팬덤이 생겨나고, 팬덤이 파이터를 다시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질 부족, 비전 부실조차 한국 정치에서는 이제 흠이 아니다. ‘싸움의 기술’이 유일한 덕목"이라며 "결과적으로 파이터들이 서로의 존재 덕에 각광받으며 정치를 하는 적대적 공생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시장은 특히 야권의 ‘입법 독주’, ‘일극 체제’ 논란 등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과거 날치기는 큰 잘못으로 여겨졌고, 거짓말이 들통나면 당사자도 부끄러워하며 사과하고 책임지는 게 당연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유죄판결을 받고도 태연히 선거에 나오고, 거짓이 탄로 나도 더욱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정당을 일극 체제로 바꾸고도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이런 몰상식에 팬덤이 열광한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현 세태를 ‘덕성(德性) 상실’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공론의 장은 날카로운 언어로 가득 찼고, 편 가르기 언어는 너무나 보편화돼 상식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우려했다. 오 시장은 또 참모들이나 주변에서 ‘강성·사이다 발언’을 주문해 흔들릴 때가 있다면서도 "톡 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직은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 시장은 정치적 이미지보다는 시민 일상의 행복에 도움 되는 일에 매진하며 더 ‘낮은 곳’으로 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북풍한설의 겨울을 버텨내고 얼음을 뚫고 피어나는 노오란 얼음새꽃이 있다"며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어서 소설과 박완서 선생은 얼음새꽃을 ‘따뜻한 위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기 반환점을 돌아 3년 차를 막 시작하는 지금 얼음새꽃 같은 정치를 하겠노라 마음을 다진다"며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 대세와 싸우는 파이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