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생활인구 늘리기, 지자체만의 힘으론 역부족”[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 기고 - 문경복 인천 옹진군수

섬 접근성 높이는게 가장 중요
정부의 제도·재정적 지원 시급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는 연평균 인구 증감률과 고령화 비율 등을 기준으로 전국의 인구 감소 지역 89곳을 지정했다. 인천 옹진군도 그중 한 곳이다. 전체 7개 면(面)으로 구성된 옹진군은 육지와 연결된 영흥면을 제외한 6개 면의 인구가 줄고 있다. 특히 서해 5도가 속한 최북단 백령·대청·연평면의 인구 감소는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돼 있다.

옹진군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둔 전체 ‘정주 인구’는 2만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군에 속한 115개 섬(유인도 24, 무인도 91)을 찾는 방문객은 한 해 평균 4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새로 도입된 인구지표인 ‘생활인구’는 이들 방문객을 포함한다. 옹진군은 생활인구 개념의 방문객은 ‘너’, 정주 인구는 ‘나’로 표기하고, 섬을 뜻하는 한자 ‘도(島)’를 붙여 ‘너도(島) 나도(島) 살기 좋은 옹진’을 슬로건으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섬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인천∼백령·대청·소청도를 잇는 백령 항로에 대형 여객선 도입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문갑도와 굴업도, 백아도 등 덕적자도를 직접 연결하는 직항로 운항 등이 추진된다. 또 해당 도서 주민뿐 아니라 타 지역 주민도 같은 요금을 내는 ‘전 국민 여객선 동일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3월부터 시범 사업으로 연평면(대연평·소연평도)을 찾는 방문객이 섬에서 1박을 하면 여객선 운임의 80%를 할인해 줬다. 이후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66%가 증가했다. 도서 지역 생활인구가 늘면서 지역 특산품 판매가 늘고, 주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면서 정주 인구도 늘어나는 선순환 경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처럼 섬 지역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생활인구의 증가는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통근과 통학, 관광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이동하는 생활인구는 교통,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정주 인구와 마찬가지로 행정 수요를 유발한다. 결국 해당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 지원하는 지방교부세와 각종 보조금 등에 실제 그 지역에서 체류하는 생활인구도 반영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특수성을 무시한 비합리적인 수도권 규제 또한 재검토돼야 한다. 옹진군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도서 지역에 지원되는 각종 혜택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 정부의 국정 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너도 나도 살기 좋아야 한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