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불린 유럽 극우, ‘3파전’으로 재편

유럽의회 ECR·ID 기존 세력에
헝가리 오르반, 정치그룹 선언
포르투갈 체가도 “反EU” 합류

요건 충족까지 3개 정당만 남아
ID서 퇴출 獨AfD도 힘 보탤듯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압승을 거두는 등 극우세력의 약진이 계속되면서 유럽의회에서 극우 정치그룹들의 세 불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유럽을 위한 애국자’는 선명한 반 유럽연합(EU) 노선으로 각국 극우정당을 포섭하며 교섭단체(정치그룹) 지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의 극우 정치지형이 기존 ‘유럽 보수와 개혁(ECR)’과 ‘정체성과 민주주의(ID)’의 양자구도에서 3파전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1일 유로뉴스는 이날 포르투갈 극우정당 체가(Chega)가 전날 출범한 유럽을 위한 애국자에 새로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안드레 벤투라 체가 대표는 “정치적 대안을 만들고 우파를 단결시킬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차기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유력한 안토니우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를 분명히 반대한다”며 차기 EU 지도부 구성에 불만을 표했다. 체가의 합류로 유럽을 위한 애국자는 3개 정당만 더 합류하면 정치그룹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된다.

정치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7개 회원국에서 의원 23명이 모여야 한다. 헝가리 피데스당(11석)과 오스트리아 자유당(7석), 체코 긍정당(6석)으로 구성된 유럽을 위한 애국자는 24석으로 이미 정치그룹 구성을 위한 기준 의석수를 충족한 상태다. 유럽의회 각 정치그룹은 오는 16일 제10대 의회 개원 전까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따른 소속 정당과 의원 명부를 등록해야 한다.

의회 개원 전 더 많은 정당이 유럽을 위한 애국자에 합류할 것으로 유로뉴스는 예상했다. 특히 지난 5월 나치 찬양으로 ID에서 퇴출당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차기 행선지로 유럽을 위한 애국자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ID의 주축인 RN이 자국에서 표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 과격한 견해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이탈 사례처럼 다른 ID 소속 정당들과 서서히 균열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유럽 정치의 극우화에 러시아는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 부상한 추세들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프랑스 유권자의 선호도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명백하지만 2차 투표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며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