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반부패 드라이브에… 中 은행원 ‘공산당 충성’ 경쟁

CICC 직원, 3분의 1이 당 가입
금융권 ‘가장 중요한 이력’ 부상
고위직, 당배지 찬 채 회사행사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직원들이 속속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당을 향한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침체로 인한 금융권 불황 속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 정책에 따른 급여 반납, 금융권 인사들을 겨냥한 ‘반부패 드라이브’ 등이 이어지자 금융권에 당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 살아남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익명의 CICC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직원의 약 3분의 1이 중국공산당 당원이라며 금융권 인재들의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이력으로 공산당 가입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CICC 설립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 1995년 만들어진 CICC는 중국 본토 최초로 중국과 외국 자본이 합작해 설립한 투자은행으로, 뉴욕, 런던, 취리히 등의 거대 금융기업들과 겨루겠다는 의도로 세워졌다. 설립 당시 직원들은 오히려 당원이라는 점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당원은 해외여행을 위해선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어 오히려 많은 직원이 입당을 거부했다. 하지만 요즘 직원들은 오히려 당원이라는 점을 알리며 동료들에게 입당을 권유하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를 이끄는 건 고위직이다. 천량(陳亮) 회장 및 고위 임원들은 회사 행사에 당 배지를 착용한 채 참석하고 오성홍기와 시 주석 말이 적힌 현수막을 회사 사무실에서 펼쳐놓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 생존을 위한 치열함이 자리 잡고 있다. 시 주석이 주도하는 반부패 드라이브로 지난 한 해 동안만 최소 130명의 금융권 인사가 조사받거나 처벌을 받아 사실상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중심 금융에 대한 반발로 세워진 CICC는 이제 당 선전과 당이 추진하는 정책 수행 등에만 앞장서면서, 언젠가 세계 거대 금융 기업들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제쳐놓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