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전세대란, 근본 해법 찾을 때다[시평]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총장

전세가격 57주 연속해서 상승
임대차 2법 부작용도 본격화
매매가격과 상승효과 불가피

전세사기 피해법은 땜질 불과
본질은 정보 비대칭과 私금융
공적 금융 제도화 추진 나서야

전세(傳貰)제도의 기원은 조선 시대의 가사전당(家舍典當) 제도로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돈을 빌려준 사람이 그 집에 살거나 그 집에 살지 않는 대신 이자를 받는 제도가 가사전당 제도이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집주인의 집에 산다면 현재의 전세제도와 비슷하고 이자를 받는다면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하다.

현재와 같은 전세제도는 1876년 개항 이후 이주 외국인의 주택 수요가 급증한 거류지를 중심으로 시작돼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정착됐다.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도시지역 주택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재산이 많지 않은 대다수는 담보가 부족하거나 갚을 능력이 없어 집을 사기에 충분한 돈을 은행에서 빌리기가 어려웠다. 당시에는 금융제도도 잘 갖춰지지 못해 이러한 어려움은 가중됐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집주인에게 집값의 일부만을 무이자 대출의 형태인 전세금으로 맡기고 거주하는 전세제도였다. 전세제도의 핵심은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개인들 사이의 사적 금융거래라는 것이고, 전세시장의 많은 문제도 사실상 여기에서 비롯된다.

최근 전세시장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세 가격은 6월 셋째 주 기준 57주 연속 상승했는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최근 1∼2년 사이 다시 불거진 전세 사기 관련 피해자 대책은 접근 방식의 한계가 확연함은 물론 그 효과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수십 년간의 다양한 전세 대책에도 불구하고 같은 문제가 순환·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적 금융거래라는 전세제도의 본질은 그대로 둔 채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대책만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전세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수없이 많지만, 이른바 임대차 2법이 불안 요인의 하나라는 사실은 경험칙으로도 확실하다. 2020년 7월에 시행된 임대차 2법의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이다. 종전의 2년 임대를 임차인의 뜻만으로 한 번 더 연장해서 4년 임대가 가능하게 한 것이 계약갱신청구권이고, 계약 기간에 임대료 인상을 연 5% 이내로 제한한 것이 전월세상한제이다. 2020년으로부터 4년이 지나 최대 4년간 묶였던 전세금을 집주인의 뜻대로 올릴 수 있는 때가 왔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과거의 사례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2008년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당시 1년이었던 임대 기간을 2년으로 바꾼 적이 있다. 법 개정 직후 일시적으로 안정됐던 전세 가격은 전세금 인상이 다시 가능해진 2년 후 폭등했다. 이번에는 전세금이 묶인 최대 기간이 4년으로 과거의 2배이니 전세 가격 상승 압력도 훨씬 크다. 몇 년 후의 주택 공급을 나타내는 지표인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에 42만8000여 호였는데, 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향후 주택 공급마저 여의치 않으니 상황은 더 녹록지 않을 것이다.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상승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할 근거가 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법)이 시행되고 있다. 보증금 5억 원 이하, 다수의 피해자 발생, 임대인의 사기 의도 등이 지원 요건이다. 지난 1년 동안 1만8000여 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으나 실제 피해 구제가 된 경우는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선 구제, 후 회수’를 골자로 하는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기가 곤란하고 전세 채권을 평가해서 매입하고 추후 매각하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의 불을 끌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지만, 전세시장의 본질과는 무관해서 언제라도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다.

사적 금융 제도인 전세제도에서는 세입자가 갖는 정보의 양이 집주인보다 적은 ‘정보의 비대칭’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집주인이 사기 의도가 있다면 세입자는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 전세 사기의 본질이다. 사적 금융 제도인 전세제도를 금융기관과 임대기업 등이 차원이 다른 능동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적 금융 제도화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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