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처럼… 막판에 발목잡힌 르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원내대표가 7일 총선 결선 투표 출구조사가 발표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하고 있다. AFP 로이터 연합뉴스

52년만에 집권 눈앞서 ‘무릎’
2002년 부친도 시라크에 패배

7일(현지시간) 총선 결과로 1차 투표에서 승리하며 창당 52년 만에 집권을 눈앞에 뒀던 극우 국민연합(RN)은 또다시 중도와 좌파가 힘을 합친 ‘공화국 전선’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이날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에서 극우 RN이 3위로 추락한 것은 프랑스 유권자들 사이에 공화국 전선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해 ‘방역선(Cordon sanitaire)’ 전략에 따라 중도와 좌파가 뭉치는 공화국 전선이 위력을 발휘한 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마린 르펜 RN 원내대표의 부친이자 원조 극우의 아이콘인 장마리 르펜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면서다. 당시 프랑스 정치권은 극우 후보가 대선 결선에 진출할 정도로 세를 키웠다는 점에 충격을 받아 연임에 도전한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했다. 그 결과 1차 투표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19.9%, 16.9%로 3%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2차 투표에서는 82.2%, 17.8%로 4배 차이가 났다. 1차 투표에서 극우를 지지한 유권자 외엔 모두 공화국 전선 아래 뭉쳐 시라크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밀어준 것이다. 공화국 전선은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원내대표가 결선에서 맞붙었을 때와 2022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재대결을 펼쳤을 때도 작동됐다.

다만 극우가 지지층을 넓혀가면서 공화국 전선의 위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원내대표의 득표율 격차는 32.2%포인트였으나, 2022년 대선에서는 17.1%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7년 대선에서 극우가 공화국 전선을 뚫고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공화국 전선이 영원히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