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로이어에 “고소장 써줘” 했더니… 심적 고통·생계 위협 ‘술술’

법률 특화 AI 출시 간담회
비슷한 대법 판례까지 제시

“피해자가 A 씨에게 1억 원을 빌려줬는데, 그는 약속한 날짜까지 이걸 갚지 않았어. A 씨를 사기죄로 고소하려 하는데 고소장 초안을 써줄래?”

9일 법률가 특화 인공지능(AI) 비서 ‘슈퍼로이어’(SuperLawyer)에 이처럼 주문하자, 고소대리인 변호사 입장에서 고소취지와 범죄사실을 상세히 명시한 소장 초안을 수초 만에 생산해냈다. 이어 ‘피해자의 심적인 고통이 잘 드러나도록 써달라’고 추가 지시하자, 슈퍼로이어는 ‘고소인은 노령의 연금 생활자로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피고소인에게 빌려줬으나 사기행위로 생계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등과 같은 표현을 제안했다. 비슷한 대법원 판결 사례까지 제시했다.

종합 리걸테크(법률·기술 합성어) 기업 로앤컴퍼니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성홍타워에서 진행한 ‘슈퍼로이어 출시 기자 간담회 및 시연회’에서 법률 분야의 AI 활용 사례가 이처럼 제시됐다. 슈퍼로이어는 국내 최초 법률가를 위한 AI 비서로, 상용화된 다수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토대로 구현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법률 검색 △초안 작성 △문서 요약 △문서·사건 기반 대화 등 기능을 제공한다. 슈퍼로이어 가입자는 출시 8일 만에 1230명을 기록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오늘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법률 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5년 안에 리걸테크 본고장인 미국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안기순 로앤컴퍼니 법률AI연구소장(사법연수원 27기)은 “슈퍼로이어 개발에서 주안점으로 둔 것은 할루시네이션(AI가 거짓말로 답하는 현상)의 최소화”라며 “이를 위해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활용해 답변 전 로앤컴퍼니의 방대한 법률 정보를 참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