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확보… 공수처, ‘임성근 구명 로비’ 실체 수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과
변호사통화서 “VIP가 지키려해”

“녹음 경위 석연치 않다” 지적도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하고 실체를 확인하고 있다. 공수처는 로비 관련 대화가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 조작 사태의 공범인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 이모 씨와 변호사 A 씨의 통화 녹음을 확보했고, 최근 A 씨를 조사했다. A 씨는 공수처에 공익제보 의사를 밝히고, 녹음 파일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에서는 임 전 사단장을 위한 로비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통화는 지난해 8월 9일 이뤄진 것으로 A 씨가 “(임 전) 사단장 난리 났대요”라고 말하자, 이 씨가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답한다. 이 씨는 “원래 그거 별 3개 달아주려고 했던 거다”라며 “(임 전 사단장이) 사표 낸다고 그래서 내가 못 하게 했다”고도 언급했다. 또 A 씨가 “위에서 그럼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VIP 쪽에서?”라고 묻자, 이 씨는 “그렇지. 그런데 언론이 이 XX들을 하네”라고 말하는 내용도 담겼다. 두 사람은 같은 해병대 출신으로 친분이 있고,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와 아는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화가 이루어진 시점은 이미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임 전 사단장은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로 공개된 이후라는 점에서 통화와 녹취가 이뤄진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A 씨는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사로 추정된다”며 “잘 짜인 각본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수처도 이 씨가 대통령실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는 아니었을 가능성도 염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사단장은 “이 씨와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다”며 “8월 9일 구명 로비가 있었다고 하는데 실제 있었다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결재를 번복한 7월 31일 이전에 이뤄져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