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못 보는 최악의 ‘파이터 정치’[시평]

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전당대회 1주일 앞둔 與 난투극
무작정 공 쫓는 3류 축구 연상
내다보기 능력 없인 공멸 자초

야당은 무작정 입법·탄핵 폭주
여러 단계 거치지만 民心 중요
세련된 전략적 선택 고심해야

한창 진행 중인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는 집권당의 위용이나 미래상은 보이지 않고, ‘사과’ 관련 문자에 대한 진실이나 지난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 공방이 난무한다. 당 대표로 선출되려고 제기한 공격이 오히려 자신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다주는 현상도 있다.

이는 동네 축구를 연상시킨다. 아이들은 아무런 전략 없이 우르르 공을 쫓아 무작정 뛰기만 하고, 몸으로만 별짓 다 해 공을 뺏으려는 파이터일 뿐이다. 당 대표와 같은 정치지도자의 능력은 그가 이끄는 집단에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정치지도자의 자질에는 정책적·정무적 능력뿐 아니라, 내다보기 능력도 포함된다. 정치의 속성상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의 리스크 수용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승부에 지나치게 함몰되다 보면 공멸에 이르기도 한다.

정당 내의 경쟁뿐 아니라 정당 간의 경쟁에서도 내다보기 지혜는 매우 요긴하다. 지금 야당이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거나 여당이 무조건 저지하는 특검과 탄핵소추는 여러 단계를 거쳐 전개되는 사안이라 내다보기가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먼저, 국회의 표결 단계다. 현재 야당은 국회법에서 규정한 재적 의원 5분의 3을 확보해 법률안 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하고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종결시킬 수 있다. 실제로 야당은 여당의 반대에도 이른바 ‘채상병특검법’ 등을 의결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능한데, 야당은 검사탄핵안을 발의한 상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능한데, 현재 여당이 의석 36%를 차지하고 있어 대통령 탄핵소추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대신에 야당은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실시를 의결했고, 이에 대해 여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다음,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단계다. 국회에서 의결됐으나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률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폐기된다. 현재 여당이 국회 의석의 36%를 확보하고 있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유효하다고 할 수 있는데, 채상병특검법은 이미 재의 요구된 상태다.

또,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은 종국 심리 관여 재판관 과반수 찬성으로, 탄핵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9인으로 구성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국회에서 선출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이 포함된다.

국회, 대통령, 헌법재판소의 단계가 끝은 아니다. 훨씬 더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다. 바로 민심(民心)이다. 정치 향방에 민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은, 여론을 조작하려 하거나 민심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추진했다가 후폭풍을 겪은 비일비재한 사례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게 되는, 교각살우(矯角殺牛)를 겪지 않으려면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 시작해 원외로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정치적 사안에서의 전략적 계산은 순서를 거꾸로 해 추론하면 좀 쉬워진다. 지금 여야가 채택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도 그렇게 계산할 수 있다. 예컨대, 국회 내 표결에서 수정안을 활용할 수 있다. 야당의 극단적 원안은 여당에 거부의 정당성을 부여해 실제 채택될 가능성을 줄인다. 마찬가지로 여당의 수정안 제시는 야당 원안에 대한 거부의 정당성을 더 부여할 수 있다. 수정안 Ⅱ, 수정안 Ⅰ, 원안의 표결, 대통령 선택, 헌법재판소 결정, 민심의 순차적 전개에서 내다보기를 통해 수정안 내용까지 전략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

적재적소의 사과(謝過) 역시 채택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여야 공히 사법적 의혹 및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문제를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 사과를 포함한 정치적 행위는 당원보다 국민을, 또 당장보다 미래를 의식하고 추진해야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여러 세련된 전략적 선택이 있음은 물론이다. 권모술수(權謀術數)에 능한 노회한 정치지도자가 싫지만, 무능하고 몰염치한 열정 정치인은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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