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디비전’ 통해 용접결함 95% 잡아내… 데이터 10만건 쌓았다[AI 혁명, 현장을 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협동로봇이 경남 창원 본사 공장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터빈 로터(다수의 회전날개인 블레이드를 부착한 원통형 구조물)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AI 혁명, 현장을 가다 - (16) 두산에너빌리티

사람 육안으로 판독하던 작업
AI로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
시간·노동력 획기적으로 줄어
작업자는 재용접 여부만 판단

고장진단 조기경보 ‘프리비전’
설비 이상징후 등 실시간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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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사람의 장기를 엑스레이로 훤히 들여다보듯 인공지능(AI)이 촬영한 이미지를 보고 파이프나 튜브 속에 용접 결함이 있는지 알아냅니다.”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두산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장세영 두산에너빌리티 디지털혁신 담당 상무는 비파괴검사(NDT)에 최첨단 AI 기술을 접목한 ‘디비전(D-Vision)’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비파괴검사는 제품을 파괴하지 않고 방사선을 투과해 얻은 이미지로 제품의 성능, 상태를 확인하는 품질 검사 방법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엑스레이 비파괴검사를 제조 공정에 적용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디비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기존에 사람이 육안으로 결함을 판독하던 작업을 AI가 자동으로 제품의 결함 유무를 판별하는 기술이다. AI가 플랜트나 배관의 일정 부분을 탐지해 디지털 이미지로 촬영한 뒤 용접할 때 불량이 없었는지 찾아내 표시해 알려주면, 작업자는 AI가 판독한 결함 상태를 최종 확인하는 식이다. 장 상무는 이날 문화일보 기자에게 ‘디비전’이 판독한 결함이 표시된 이미지를 보여주며 “작업자가 이미지에 나타난 불량을 체크해 다시 용접해야 할지 등에 대해 최종적인 판단만 내리면 된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8년 디비전을 개발한 뒤 3년간의 테스트를 거쳐 2021년 경남 창원 본사 공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디비전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 전문가보다 결함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디비전의 결함 판독 정확도는 9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에 있는 100개의 결함 중 적어도 95개가 넘는 흠집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판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비파괴검사 전문가의 결함 판독 정확도를 80% 안팎으로 보고 있는데, 사실상 AI가 사람보다도 월등히 높은 판독 능력을 보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이 자칫 놓치기 쉬운 결함도 찾아낼 수 있다. 용접 부위에 결함이 있을 경우 최종 완성품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해 중대재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AI 시스템을 이용하면 이 같은 위험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작업 현장에서는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작업 시간도 단축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비파괴검사 과정에서는 사람이 제품의 용접 부위를 촬영하기 위해 아날로그 형태의 사진 필름을 장비에 일일이 설치하고 촬영했다. 또 인화된 사진이 잘못 촬영돼 결함을 구별하기 어려우면 다시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등 불필요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디비전을 도입한 이후에는 작업 형태가 크게 달라졌다. AI가 사진 촬영 품질도 자동으로 확인하고 디지털 이미지로 결함을 찾아낼 수 있게 되면서 필름 현상 작업 등을 거치지 않는 만큼 투입되는 시간과 노동력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그간 업계에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분석력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비파괴검사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아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디비전을 도입하면서 이 같은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디비전은 AI가 판별한 비파괴검사 데이터를 차곡차곡 저장해 이를 기업의 데이터 자산으로 축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디비전은 분석형 AI로서 반복 학습을 통한 고도의 이미지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다. AI가 과거부터 최근까지 판독한 결함의 내용, 결함 처리 정보 등을 기록·저장해 다른 제품에 생긴 결함을 인식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디비전을 도입한 후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수집한 데이터는 약 10만 건에 달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고장 예측·진단’ 조기경보 체계인 ‘프리비전(PreVision)’도 AI를 제조 공정에 활용한 대표 사례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구축한 ‘프리비전 2.0’은 AI 기술을 이용해 습득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기기, 설비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고장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설비의 센서에서 오는 독특한 신호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조기경보 알람을 보내는 방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의 주력 분야인 화학, 원자력 발전 사업뿐만 아니라 건설, 조선, 정유·화학, 항공 등 산업 전 분야에 AI 기반 공정을 확대, 적용해 제품 품질 개선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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