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레이스 뒤덮은 ‘폭로·비방전’ … “저조한 투표율, 후보 모두의 책임”

문자공개·공천개입·청탁 논란
‘네거티브’로 당 근간까지 훼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는 치열한 폭로전과 비방전만 남겼다. 지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의 당무개입 및 공천개입 의혹 등이 쏟아져 나오는 등 당 근간까지 훼손했단 지적도 적지 않다. 네거티브로 점철되면서 전당대회 투표율도 저조했는데, 당 대표 후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23일 나온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은 후보 등록 전부터 ‘배신’ 논쟁이 벌어졌고, 선거전이 공식 시작된 후에는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의혹, 한동훈 후보의 비례 사천 의혹, 한 후보의 여론조성팀 의혹,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등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 폭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성격이 강해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비방전이 전대를 뒤덮었다는 평가다.

선거전 초반인 지난 4일 김 여사가 올해 1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명품백 수수 의혹을 사과하고 싶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한 후보가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친윤’(친윤석열) 원희룡 후보가 앞장서 맹공에 나섰으나 한 후보가 ‘당무개입’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이 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이른바 ‘제2의 연판장’ 사태로 확전될 뻔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전당대회 막바지는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 공소 취소’ 부탁을 둘러싼 갈등으로 시끄러웠다. 지난 17일 CBS 라디오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제가 법무부 장관일 때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를 부탁하지 않았나”라고 말해 파장이 커졌다. 당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서도 한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한 후보는 결국 사과했다. 전대 하루 전인 전날에도 한 후보를 제외한 세 명의 후보가 패스트트랙으로 기소된 전·현직 의원 만찬에 참석하면서 마지막까지 한 후보를 저격했다.

이번 전당대회 당원 투표율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보다 6.6%포인트 낮은 48.51%로 집계됐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자폭’ 수준의 상호 비방이 오가면서 당원들의 실망을 키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정치학) 교수는 “전대가 끝난 뒤 도를 넘은 네거티브에 대해 후보들 모두 사과해야 한다”며 “새 당 대표는 인선 등에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