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압 이불’ 두겹 덮은 한반도… 밤낮없이 ‘푹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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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상층부엔 티베트 고기압
하층엔 북태평양 고기압 덮쳐

낮최고 33도… 서울 ‘폭염경보’
밤에도 체감 28도 열대야 기승
28일까지 전국 곳곳에 소나기

장마가 끝나지 않았지만 북태평양·티베트 고기압 등 두 개의 큰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전국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에는 25일 올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발효됐으며, 경기 대부분 지역에도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두 고기압이 더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낮 동안 기온을 끌어올린 탓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폭염경보를 발효했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 같은 불볕더위는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대기 하층(5㎞ 이하)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상층(5∼12㎞)은 덥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자리 잡은 탓이다. 두 고기압은 밤사이에는 열복사를 막는 ‘이불’ 역할을 하면서 열대야도 유발하고 있다. 서울은 전날 밤과 이날 오전 사이 최저기온이 26.8도(오전 5시)로 21일부터 4일 연속 열대야 현상을 보였고, 습한 공기로 인해 체감 최저기온은 28도 안팎까지 올랐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위에서 겹친 현상은 폭염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압계 형태다. 두 개의 더운 공기층이 지상으로 더운 바람을 불어 넣고, ‘이불 두 개’를 겹친 것처럼 밤사이 기온이 내리는 것을 막는 모양새다. 역대급 폭염을 보인 지난 2018년 당시 한반도 상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 티베트 고기압, 중국 내륙에서 발달한 열적 고기압 등 세 개의 고기압이 위치하며 서울에 26일 연속 열대야를 불러오기도 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이 같은 기압계 형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3호 태풍 ‘개미’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말 이후 기압계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3도를 넘기는 등 중부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었다. 충청 지역은 33∼35도, 남부 지역은 35도까지 기온이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대기불안정에 따른 소나기 가능성이 크지만 비가 내린 이후에도 습한 공기와 상층 고기압 탓에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은 25일부터 주말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부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수렴하거나 지형과 충돌하면서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80㎜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

태풍 ‘개미’는 이날 오후 중국 본토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은 장마 종료를 좌우하는 큰 변수다. 태풍이 지나간 후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을 경우 정체전선이 사라지고 장마는 끝난다. 다만 북쪽의 찬 공기가 세력을 유지해 정체전선이 형성되면 장마가 더 길어지게 된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