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친구들과 노는시간’ 절반 뺏어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전승훈 기자

■ 서울시 아동 실태조사 결과

4년새 382분→190분 급감
일주일에 6시간은 TV·게임
야외 놀이는 3시간도 안 돼
“학원·공부로 노는시간 부족”

서울에 사는 아이들이 방과 후에 친구들과 노는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대체로 놀이터나 공원에서 뛰어놀고 싶어 했지만 실제로는 1주일에 약 6시간 스마트폰을 붙잡고 게임 등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1∼12월 18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를 직접 방문, 총 2520명 아이들과 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아동의 양육·생활환경 등을 분석한 ‘2023 서울시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코로나19 엔데믹(2023년 6월) 이후 진행된 첫 조사라는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만든 어린이 및 청소년의 놀이 행태 변화 등을 판단할 자료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이 조사를 2년마다 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들이 방과 후에 친구들과 노는 시간은 1주일에 190.2분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382.3분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들은 1주일 평균 5.86시간 동안 TV 시청, 스마트폰 보기, 게임을 하며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44.5%) 아이들은 놀이활동으로 공원에서 뛰어노는 등의 신체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야외에서 뛰어노는 시간은 1주일 평균 2.73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10대를 중심으로 학원 수업 등으로 인해 놀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놀이 및 여가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 고연령 아동(10∼17세) 40.8%와 저연령 아동(0∼9세) 10.1%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이들 중 고연령 아동 80.4%와 저연령 아동 42.5%는 ‘학원에 가거나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과 2023년만 비교했을 땐 아이들이 느끼는 정서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은 3점 기준 1.88점에서 2.3점으로 올랐다. 아이들의 행복도·삶의 만족도·스트레스 수준 등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연령 아동 중 정신건강 검사를 권유받은 비율은 3%였는데 이 중 71.6%가 상담·치료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아동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서울어린이활짝센터(가칭)를 내년 개소할 예정이다. 공공형 실내 놀이터인 서울형 키즈카페도 연내 총 130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