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먼지도 쌓이면 돈이 된다고?[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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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
요제프 셰파흐 지음│장혜경 옮김│에코리브르

빅뱅으로 시작해 블랙홀에 이르더니, ‘먼지로 돌아가는’ 인간사까지 아우른다. 독일의 과학전문기자가 쓴 책은 우주의 ‘빅 히스토리’를 먼지를 ‘주인공’ 삼아 들여다본다. 우린 매일 먼지와 싸우고(청소), 먼지를 먹고(호흡), 먼지의 공격(미세먼지)을 받는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은 먼지가 세상에 존재하나. 책은 이 물음에 답하며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특별한 여정을 떠난다.

모든 생명체는 먼지에 둘러싸여 있다. 인간의 피부에도 책상 위에도 컴퓨터 자판에도. 조용한 도서관에서 ‘사각’하는 책장에도 먼지가 스며들어 있고, 러닝머신 위엔 열심히 뛰었던 이의 죽은 세포가 먼지의 일부로 남는다. 그러다, 흙으로 빚어졌다는 우리 몸이 우주를 떠도는 입자와 같은 화학원소라는 사실에 이르면,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아, 우린 ‘우주 먼지’인 건가.

책은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흔적을 샅샅이 찾으며 흥미로운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예컨대, 우리가 먼지를 치우느라 애쓰는 동안 누군가는 먼지를 팔며 이윤을 남긴다. 독일의 다국적 기술기업 DMT는 연간 90종의 먼지를 판매한다. 청소기, 휴대전화 등의 성능 테스트를 위한 시험용 먼지다. ‘하찮은 것’도 쌓이면 묵직한데, 이곳에선 연간 8t에 달하는 먼지가 팔린다고 한다.

책 각 장 끝엔 퀴즈가 있다. ‘신은 먼지를 만들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처럼 다소 황당하지만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질문부터, ‘우리의 폐는 왜 먼지로 넘쳐나지 않을까?’와 같은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물음까지 다양하다. 퀴즈를 풀 때마다 이 ‘하찮은’ 존재가 더 알고 싶어진다. 232쪽, 1만7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